韓·美, 北 해외계좌 15~20개 감시·추적

柳외교 "北 현금통제가 중요"…돈줄 죄어 핵무기 개발 저지
BDA식 금융제재 다시 주목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일 천안함 침몰 사태와 관련한 대북 대응 조치에 대해 "무력 사용은 마지막 수단"이라며 "중요한 것은 북한으로의 현금 유입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에 대한 현금 유입이 통제될 경우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낮추고 호전적 행위를 저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무력 도발은 국제 공조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평화적 수단을 통해 북한의 잘못과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한 · 미 연합 방위 능력으로 조기에 억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이 북한에 대한 현금 유입 통제를 강조함에 따라 외교가의 시선은 구체적인 '돈줄 조이기' 방안에 쏠리고 있다. 특히 2005년 북한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던 이른바 '방코델타아시아(BDA) 식' 제재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천안함 침몰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포함해 BDA식 대북 금융제재 조치가 진행될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준비 중인 미국이 이번에도 유사한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05년 9월 마카오에 있는 BDA를 '돈 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북한이 이 은행에 개설한 수십개의 계좌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이 은닉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BDA 자금이 동결되고 전 세계 30개가량의 금융회사가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축소하거나 단절하면서 북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 · 미 당국자들은 BDA 제재 경험을 토대로 북한에 타격을 줄 새로운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의 주거래 은행 명단을 확보한 뒤 현금 유입 경로를 틀어막는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전 세계에 개설한 해외 계좌는 15~20개에 이른다. 한국과 미국은 이 같은 정보를 공유하면서 계좌의 자금 흐름을 감시 ·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 교수는 "다만 BDA식 금융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만큼 중국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