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제 성장세 꺾이나…부동산 얼어붙고 제조업지표 둔화

중국의 고성장을 주도해온 제조업과 부동산 경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식시장에서는 5월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제조업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부과 방침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부동산시장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중국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1일 아시아 증시는 모두 약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경기둔화중국물류구매연합회(CELP)는 5월 PMI가 53.9로 전월에 비해 1.8포인트 하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리췬 CELP 애널리스트는 "5월 PMI지수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안정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중국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PMI지수가 시장컨센서스인 54.5보다도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소폭 반등세를 보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0.92% 떨어진 2568.28을 기록했다.

HSBC가 중국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또 다른 5월 PMI도 52.7을 기록,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주로 민간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브라이언 잭슨 로열뱅크 투자전략가는 "이제 중국에서 과열위험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며 "유로화 약세와 부동산 억제책이 중국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유럽 재정위기가 중국의 수출을 줄여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국은 금리 인상과 위안화 절상을 늦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마크 윌리엄스 HSBC 이코노미스트는 "PMI지수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5월에 다소 약세를 보인다"며 "중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이날 보고서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시장 급랭

중국 국무원이 전날 점진적이지만 부동산 보유세 도입 방침을 밝혔고 상하이 시정부도 중앙정부에 보유세 징수방안을 보고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압박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의 5월 부동산거래량은 전월에 비해 70% 이상 줄었다. 5월 상하이 주택거래량은 107만㎡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중 신규 주택거래량은 30만㎡로 2006년 2월 이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와 함께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선전도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5월 거래가격이 전월에 비해 2.9%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인 완커는 6월부터 전국에서 분양하는 신규 주택가격을 인하할 방침이라고 제일재경일보가 보도했다. 완커는 이미 베이징 쑤저우 광저우 등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지역에서 일부 가격을 인하했으며 6월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가격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중국에서 부동산가격의 상승문제는 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문제"라며 "정부의 부동산억제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이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철강수요가 감소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민간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중국경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