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깨고 삼성 간 LG 임원…법원이 제동

경쟁사 취업금지 임원약정 위반
"하루 200만원 지급" 판결에 사표
회사 핵심 기술과 영업기밀을 알고 있는 임원급의 전직(轉職)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던 김모 상무는 전 직장인 LG생명과학이 법원에 낸 소송에 패소,최근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LG생명과학은 바이오제약산업 진출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가 김 상무를 스카우트하자 서울남부지방법원에 '1년간 전직금지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51부(양재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결정문에서 "퇴직 후 1년간 동종 또는 경쟁 업체 취업을 금지한 임원 약정을 어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내년 2월28일까지 삼성전자 및 삼성 계열사에 취업하거나 삼성 측의 의약품 연구개발 등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상무가 이에 불복해 계속 근무할 경우 하루 200만원씩 LG생명과학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LG생명과학에 따르면 김 상무는 상무로 승진할 때는 물론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할 때 등 두 차례에 걸쳐 '퇴직 후 1년간 동종 업체에 취업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사용자인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책임 있는 임원급의 직업선택 자유보다 기업의 사업상 기밀이 우선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한편 범LG계열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와 물류업 신규 진출을 추진 중인 삼성SDS도 인력 스카우트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최근 삼성SDS와 이 회사로 이직키로 한 자사 직원 A씨를 상대로 전업금지 및 영업비밀침해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A씨는 범한판토스에서 LG전자의 미국 내 물류 관련 업무를 담당해 왔다. 범한판토스는 신청서에서 "A씨가 실무자로 일하면서 취득한 노하우가 경쟁사인 삼성SDS에는 유용한 정보이고,중요한 영업 비밀들도 다수 유출했다"며 "삼성SDS의 북미 · 유럽 지역의 물류 관련 업무를 맡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손성태/조귀동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