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바람' 타고 기와·원목·한지업체들 신났다
입력
수정
공장 풀가동해도 수요 못맞춰기와 제조업체인 신라기와 조삼호 사장은 지난 겨울,동절기마다 해왔던 공장 수리를 미뤘다. 주문량이 밀려 도저히 공사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조 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장을 풀가동했는데도 생산량이 부족해 하반기에는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옥 대들보와 서까래의 주재료인 원목을 유통하는 백진욱 영림공사 상무는 해외 출장이 잦아졌다. 한옥 원목으로 쓰이는 국내산 육송을 조달하기 힘들자 이와 비슷한 수종을 해외에서 찾아나선 것.백 상무는 "독일 러시아에서 자라는 레드파인이나 미국 캐나다 일대에서 자라는 더글러스퍼 등 육송에 근접한 재질과 색깔을 갖춘 수종을 찾는다"며 "지난해에 비해 원목 수요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사찰 등 특수한 목적으로 주로 건설되던 한옥(일반 한국형 목조건물)이 최근 생활형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옥 건설 및 자재 업체들에 웃음꽃이 폈다. 한옥을 짓는 데 쓰이는 기와,원목,창호,한지 업체 등이 대표적인 수혜자.최근 정부가 2011년부터 농어촌에서 한옥을 신축하면 주택개량자금을 장기 저리로 융자해주고 '한옥 등록제'를 실시하는 내용의 '신한옥플랜'을 발표하자 관련 업체의 행보는 더욱 빨라졌다.
한지 제조업체인 천양제지 최영재 사장은 "한지 벽지,장판 등을 2005년 처음 시장에 내놨을 때보다 매출이 10배로 뛰었다"며 "전라도,경상도,경기도 등 전국 곳곳에서 제품 구입을 문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와업체들은 기존에 주로 많이 생산했던 스페인식 기와 생산량을 줄이고 전통기와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신라기와 조 사장은 "기존에는 전체 매출 중 전통기와가 차지하는 비중이 15% 안팎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5%로 10%포인트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신한옥플랜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전통기와 생산량을 현재보다 30~40% 이상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옥 설계 업체들도 바빠졌다. 한옥호텔 아궁을 설계한 바 있는 이연한옥 조전환 대표는 앞으로 한옥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HIM(한옥 인포메이션 모델링)'작업을 하고 있다. 한옥을 지을 때 필요한 데이터들을 컴퓨터로 연결해 설계부터 부자재 정보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