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리콜 여파로 6개월치 검사 주문 밀려있어요"

'부품 테스트 병원'으로 성공한 김형태 아프로 R&D 사장
서울 구로디지털밸리 내 우림라이온스밸리에 있는 아프로R&D(사장 김형태).직원들이 휴대폰 키패드를 얼마나 반복해 누를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옆에선 자동차부품의 내구성 시험을,그 옆에선 금속의 결정 상태에 대한 분석이 진행 중이다.

아프로R&D는 요즘 밤낮이 없다. 일감이 폭주하고 있어서다. 이미 6개월치 작업 물량을 확보한 상태.이 회사는 각종 부품에 무슨 약점이 있는지를 검사하고 파악한 뒤 처방을 제시하는 '기업 전문 병원'이다. 각종 분석 및 시험 장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금속 기계 화학 물리 전기 전자 전문가들이 '전문의'처럼 포진해 있다. 직원은 14명으로 단출하지만 고객은 현대자동차 LG전자 LG화학 삼성전기 휴맥스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다. 이곳에선 고객이 수만번 쓰는 휴대폰 키패드의 내구성을 짧은 시간 내에 테스트하고 1.5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이상 유무를 시험해준다. 고온 저온 열충격 진동 등 환경 내구성 시험도 한다.

이처럼 일감이 몰리는 데는 최근의 도요타 사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형태 사장(42)은 "도요타 사태는 자동차 전자 통신 금속 등 모든 업계에 영향을 줘 부품의 품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그동안 테스트해준 업체는 450여개사에 달한다. 이같이 고객이 몰리는 것은 신속 정확한 진단과 처방 때문이다. "마치 응급실처럼 24시간 가동 체제를 갖추고 있어 급한 의뢰는 밤을 새워가며 진단해 다음 날 아침에 결과를 통보하기도 한다"고 김 사장은 덧붙였다.

그는 성균관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사 ·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원 등 편한 길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산업 발전에 직접 기여해 보자는 뜻에서 2001년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테스트 장비 도입.문제는 이들 장비가 대부분 비싸다는 점이다. 사업 초기 김 사장은 이런 고가 장비를 사기 위해 전 재산인 아파트 한 채를 담보로 잡히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내는 "사업에 실패하면 아는 사람 없는 제주도에 가서 풀빵을 팔면 될 것 아니냐.뭘 그리 겁내느냐"며 흔쾌히 동의해 줬다. 이 돈으로 장만한 게 주사전자현미경이다. 나노 수준의 물질 상태까지 관찰할 수 있는 설비로 대당 3억5000만원이나 한다. 아울러 △마운팅 에칭 등 시편 전처리 장비 △유기물 분석 장비 △열적 특성 분석 장비 △인장 충격 시험장비 △항온항습 등 환경 시험장비 △반복 낙하 진동 등 내구성 시험장비 △전기적 특성 시험장비 등도 갖췄다.

김 사장은 "사업하면서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고 밝힌다. 상근 직원 가운데 박사 2명,석사가 2명이고 나머지는 해당 분야에서 5~10년 이상의 실무 경험을 가진 학사 출신들이다. 이들 외에 전기 · 전자 반도체 화학 기계 등 각 분야의 40여명을 협력위원으로 위촉했다.

테스트 비용만을 수입으로 잡기 때문에 매출은 아직 적은 편이다. 지난해 15억원 정도였고 올해는 20억~25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일반 제조업처럼 원자재를 사서 가공한 뒤 파는 개념의 매출로 계산하면 100억원에서 150억원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2008년에는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인정기구(KOLAS)'의 인정을 받은 데 이어 국토해양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시험분석실을 위탁 운영함으로써 공신력을 확보했다. 올 하반기에는 경기 성남에 표면처리(CVD, PVD 등)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단순 테스트에서 한걸음 나아가 기업체의 의뢰를 받아 연구 · 개발에도 나서는 등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