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왜 하필 코가 섹스의 상징이 됐나

코 | 가브리엘 글레이저 지음 | 김경혜 옮김 | 토트 | 240쪽 | 1만3500원
'남자는 코가 크면 그것(?)도 크다'는 속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이야기다. 인도에서는 간통에 대한 벌로 남자의 코를 자르는 것이 일상적이었고,이 때문에 밀랍으로 코를 만들어 붙이는 성형술이 발달했다. 또 고대 전사들은 상대방의 코를 주요 공격 목표로 삼았다.

《코》는 섹스,아름다움,생존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상징으로 여겨져 온 코가 역사,생물학,예술과 문화,섹스와 감수성,질병과 건강 등의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특히 코의 생물학적 구조와 페로몬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코와 성적인 문제를 현대과학의 견지에서 조명한다. 가령 성교 중 남성이 여성의 머리와 코를 안았을 때 남성의 겨드랑이 근처에 여성이 있게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코와 윗입술 사이의 인중 역시 페로몬이 풍부한 부위이며,키스는 페로몬을 감지하기 위한 하나의 의식이라는 과학자들의 견해도 소개한다.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냄새,중세 유럽 대륙의 악취와 향수의 발달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