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은 왜 황금에 집착하나

황금의 시대 | 이붕 지음 | 이성희 옮김 | 프롬북스 | 320쪽 | 1만5000원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황금은 태양신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태양신을 최고의 신으로 모셨고,나일강 골짜기에서 태양이 막 떠오르는 순간 햇살이 가장 먼저 비치던 곳이 바로 피라미드 꼭대기였다. 파라오들은 이 햇살을 타고 천국에 올라간다고 여겼다.

또한 황금이 태양을 상징하는 만큼 황금으로 만든 각종 머리 장식과 호신부 등은 이를 착용하는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연장시키는 신성한 매개체라고 생각했다. 위로는 파라오부터 아래로는 평범한 백성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집트인들이 황금 액세서리를 선호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황금의 시대》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유구한 황금의 역사를 더듬으며 인류 문명사에서 때로는 대격변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그 결과가 되기도 한 황금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폭넓게 조명한다.

저자는 인류가 언제부터 황금을 숭배하고 갈망하기 시작했으며 동서양의 역사와 문명을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보여준다. 또 이집트 파라오였던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를 비롯해 르네상스 시대 황금이 탄생시킨 예술과 문화,아메리카 대륙의 골드러시 광풍,부의 진정한 수호자이며 화폐의 진정한 제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오래 전부터 황금 만들기에 도전해온 인류의 노력은 연금술을 발달시켰다. 연금술은 당시 첨단과학이던 화학을 진화시켰고,근대 화학과 의학의 발전을 주도했다. 또 황금을 독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황금 약탈 전쟁이 일어났고,금이 묻혀있는 신대륙을 찾아나서면서 항해술이 발달했다. 이처럼 황금은 언제나 숭배와 경의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체제가 불안해지자 황금은 대안적 기축통화로 각광받고 있다. 저자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벗어난 황금은 다시 자유를 얻었다"고 설명한다. 황금은 여전히 특수한 상품이요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수단이며 세계에서 공인된 투자수단이라는 것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