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이야기] 2002년 '문자'…2010년 '트위터'가 선거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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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투표율 크게 높아져지난 2일 선거일은 날씨가 쾌청했다. 젊은이들은 놀러 나가고 노인들만 투표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투표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고 젊은층 투표율도 유례없이 높았다. 왜 그랬을까. 트위터에서 투표를 독려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2002년 대선 때는 문자메시지가,이번에는 트위터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투표인증샷' 트위트 7천건…만삭부부 인증샷 등 '화제'
이날 트위터에서는 투표를 독려하는 트위트(트위터에 올리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가 끊이지 않았다. 소설가 이외수씨(@oisoo)는 아침부터 '투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겁니다'를 비롯한 투표 독려 트위트를 날렸다. 부인과 함께 투표장에서 찍은 사진,이른바 '투표 인증샷'도 올렸다. 이걸 보고 @83JHWON씨는 '오후에 땡땡이를 쳐서라도 투표하러 가야겠네요'란 댓글을 달았다. 육성진 네모비전 대표(@6sungjin)는 '만삭투표 인증샷'으로 화제가 됐다. 만삭인 아내와 함께 투표장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꼭 투표하세요'란 글도 남겼다. 몇 시간 후에는 '엄마가 선거하고 1시간반 후 태어난 우리 셋째딸 아현이 처음 안아봤습니다'란 멘션과 함께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연예인들도 투표 독려에 나섰다. 배우 박진희씨(@eco_jini)는 '날 응원해주고 내 이야기에 공감했던 당신이 투표를 안하심…ㅠㅜ…오늘 아침 6시 모습^^! 일등으루 달려갔다는'이란 트위트와 함께 투표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씨(@Heedictator)도 '투표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유명 인사들이 인증샷을 올리자 너도 나도 투표장에서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검색엔진 DABOT에 따르면 투표 당일 '인증샷'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위트가 약 7000건에 달했다. 평소 인증샷 트위트가 하루 1000건을 밑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투표와 관련된 인증샷 트위트만 6000건이 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투표 인증샷 올리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벤트로 발전했다. 화가 임옥상씨(@oksanglim)는 20대 투표 독려 이벤트를 펼쳤다. 투표를 하고 트위터에 인증샷을 올린 20대 1000명에게 자신이 만든 판화 작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약 90명이 경품을 기증했다. 양은주씨 등은 미술작품을,박범신씨 등은 책을,권해효씨 등은 공연 티켓을,드림팩토리는 이승환 10집 앨범 50장을 내놓았다. 전원주택 숙박권,스케일링 티켓,무료 종합검진 등도 경품에 포함됐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투표 독려가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sschbard씨는 '모두 같이 투표하러 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했고,@ezforu씨는 '다 같이 즐기는 느낌,월드컵 때 서울광장에 모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whitest21씨는 '영향력 있는 저명인사들도 투표에 참가하고 나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동질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는 60만여명. 트위터 사용자들은 트위터가 이번 선거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dreamed99씨는 '스마트폰 보급과 더불어 다음 선거에서는 트위터 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거 당일 트위터에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지만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hiandy2씨는 '트위터가 별로 큰 역할은 못한 것 같다'고 했고 @anoweb씨는 '트위터가 영향을 미쳤다는 건 과대추측 같다'고 했다. @yiabb씨는 '트위터가 선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트위터를 사용한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