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누군지 몰라 안찍어" 기권표 속출…후유증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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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ㆍ상호비방 구태 여전
정당공천 등 제도 개선 필요
"교육감은 대충 알겠지만 교육의원은 누가 누구인지 몰라 아예 찍지 않았습니다. 무턱대고 찍기보다는 차라리 무효표가 낫지 않나요. "
2일 서울 서초고에 설치된 서초구 제5투표소에서 만난 이모씨는 "알지도 못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강요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권표를 던졌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이번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는 처음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주민 직선으로 치른다는 점에서 교육자치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지만 전국에서 수많은 '이씨'가 나오면서 무효표가 속출했다.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 공약이 난무하면서 교육행정을 이끌어갈 전문가를 뽑는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는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정당 추천이 배제된 데다 투표용지에도 순서를 표기하지 않도록 해 유권자들로서는 선택에 어려움을 느꼈다. 한 업체가 실시한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후보자를 모르겠다는 응답이 서울 59%,부산 59.4% 등 전국적으로 평균 60%에 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선거기간 내내 교육감 · 교육의원 선거는 '깜깜이 선거''로또 선거'라고 불렸다. 누가 출마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소속의 후보자를 무조건 찍는 '줄투표'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투표용지 순서에서 1번이나 2번을 뽑은 후보가 단연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영출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육의원에 대해서는 유권자 인식이 높지 않은 데다 언론에서도 제대로 다뤄주지 않아 교육계 전문가들조차 누가 출마했는지 모를 정도"라며 "선거로서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고 혹평했다. 정책 대결이 되지 못하자 각 후보들은 이념 대결과 네거티브 선거전에 매달렸다. 서울에서 보수로 분류된 6명의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이합집산을 계속하며 단일화 논의를 계속했지만 결국 사퇴한 후보는 없었다. 이념 성향을 들먹이는 구태도 반복됐다.
이 때문에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서 선출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감을 직선제로 뽑는 국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간선제나 임명제로 바꾸거나 아예 정당 공천을 허용하고 시 · 도지사와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출마토록 하자는 지적이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식경제 시대에 정치 · 경제 교육이 융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업이나 학습활동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교육감 · 교육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이나 러닝메이트제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태웅/임현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