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진보성향 교육감 약진…무상급식·평준화 탄력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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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분석6 · 2 교육감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수도권 3곳 중 2곳(서울 경기)에서 선전함에 따라 진보 정책의 핵심인 평준화와 무상교육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국적으로 보수성향 교육감이 다소 줄어 수월성 교육과 특목고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표심이 초 · 중 · 고교의 경쟁보다 인성 위주의 교육에 기울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지역 간 교육 정책도 보수성향 교육감이냐 진보성향의 교육감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같은 성향의 광역 자치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의 경우 지자체를 등에 업고 당초 내세웠던 공약을 실천하는 데 힘을 얻게 된 반면 일부 지역은 상반되는 성향의 단체장과 교육감이 맞부딪쳐 예산 배정 등 여러면에서 적잖은 충돌과 갈등,학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 보수-진보 막판까지 경합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은 곽노현 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과 이원희 전 한국교총 회장이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정도 뒤졌던 곽 후보는 이날 밤 12시 현재 34.21%의 득표율로 이 후보(32.84%)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곽 후보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특목고 및 자율형 사립고(자율고),국제중 등의 설립을 억제한다는 공약을 내세워왔다. 반면 서울은 올해 경희고 등 13개교가 자율고로 전환 · 개교한 데 이어 내년에도 보인고 등 13개교가 추가로 전환되는 등 지속적으로 자율고를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교육감선거에 나타난 표심을 감안할 때 향후 혼란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곽 후보는 지난해 처음 도입한 고교선택제 역시 재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곽 후보는 대신 '서울형 혁신학교'를 25개 자치구별로 12곳씩,총 300개교를 지정하고 토론 · 협력형 수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곽 후보는 또 두발 단속 및 체벌,0교시,강제 보충 · 야간학습을 전면 금지하는 등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당초 꾸준히 내세웠던 무상급식의 초 · 중학교 우선 실시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곽 후보가 선전함에 따라 이들 정책이 어떤 형태로든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교육감 정부와 갈등 커질 듯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이 확실한 김상곤 교육감은 기존 교육 정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시행 여부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갈등을 빚었던 일제고사의 경우 교육감 소관은 표본집단으로 전환하고 교과부 소관은 학생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경쟁적 상대평가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무상급식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인 만큼 2014년까지 무상급식을 지역 내 전 중학교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학교기본운영비를 증액해 초등학교 학습준비물을 전액 지원하는 등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또 안산,의정부,광명 등 지역에 고교 평준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육감은 그러나 지난 1년여 임기 중 교과부의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 요청을 거절,전국 교육감 최초로 직무이행명령을 받는 등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또 자율형 사립고 지정 및 각종 교육협력사업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이에 따라 교육계 안팎에선 김 교육감의 재선으로 교육 역량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다.
◆교육감-지역 성향 궤 같이해교육감 선거도 단체장 선거와 같이 지역적 성향과 당선이 확실시된 후보자의 성향이 궤를 같이했다.
광주,전북,전남 등에선 진보 성향 후보들의 당선이 확실시되며 부산,대구,경북,경남 등에선 보수 성향의 후보가 우세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 후보는 그간 무상급식 및 무상교육을 제1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장 후보는 올 하반기까지 초 · 중 · 특수학교 전체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초등학교 학습준비물,초 · 중학교 수학여행경비 지원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무상교육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진보성향의 장만채 전남교육감 후보 역시 친환경 무상급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장 후보는 초 · 중등은 2011년까지,읍 단위 이하의 경우 2012년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오근량 전북교육감 후보도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예산을 절약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보수성향 후보들은 교육비리 척결 및 학력 향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임혜경 부산교육감 후보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촌지 등 비리를 저지른 교육공무원은 한번이라도 적발 시 퇴출할 것이라 경고했다. 우동기 대구교육감 후보도 전자입찰제를 전면 도입하고 구매대행전문회사를 통한 물품 구매로 교육 비리를 근절한다는 계획이다. 이영우 경북교육감 후보는 영어 교육의 질 제고에 팔을 걷어붙인다. 각 학교에 영어 체험 전용 교실을 구축하고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확대,영어회화 전문강사제 운영 등이 전략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