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BP…신용등급 추락·자회사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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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제비 830억원 1차 청구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낸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사태 수습이 늦어지면서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처리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재정 리스크 증가를 이유로 신용등급까지 강등됐다.
기름 유출 구멍엔 차단돔 씌워
주요 외신에 따르면 무디스와 피치는 BP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등급씩 하향 조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무디스는 BP의 선순위 무보증채권 신용등급을 'Aa1'에서 'Aa2'로 한 단계 낮췄으며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피치도 BP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등급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또한 BP를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분류,신용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피치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 이후 BP의 사업 및 재정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BP와 러시아 석유재벌 컨소시엄 간 합작회사인 'TNK-BP'도 파산 신청을 냈다.
여기에 미 정부도 BP에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에 따른 방제비용으로 6900만달러(약 830억원)를 1차로 청구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사건 발생 초기 BP가 감당해야 할 사고비용을 20억~30억달러로 추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피해보상과 보험료 등을 포함해 100억달러가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BP가 사고 수습 및 소송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해 알짜 자산을 매각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BP는 알래스카 프루도베이 유전의 지분 2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BP가 아예 매물로 나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BP 주가는 34%나 폭락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BP가 손상된 유정 파이프의 절단면에 차단 돔을 씌웠다고 보도했다. 토니 헤이워드 BP 최고경영자(CEO)는 24시간 이내에 이번 원유 유출 차단 계획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P는 앞서 해저 유정의 폭발방지기에 점토 함량이 높은 액체를 쏟아붓는 '톱 킬(top kill)' 방식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나자 이후 원유 유출 파이프를 잘라내고 그 위에 차단 돔을 씌운 뒤 돔에 연결된 파이프로 원유를 빼내는 '뉴 플랜' 방식을 추진해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