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원 때문에…커피종이컵 쓰레기 '비상'

보증금제 폐지 후 5배 급증…1억4000만개 버려져
서울 여의도 증권사에 다니는 박현경씨(32)는 보통 하루에 커피 3잔을 마신다. 출근할 때와 점심식사 후,오후 시간에 졸릴 때면 버릇처럼 건물 1층 커피전문점을 향한다. 하지만 매번 머그컵 대신 종이컵을 사용한다. 박씨는 "머그컵은 위생상태도 의심스럽고 밖에서 마실 수 있도록 종이컵을 요구한다"며 "매장에서도 특별한 주문이 없으면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준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회용컵 배출량이 우려할 만한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재활용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들 중 30% 정도만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의 빅3인 스타벅스(매장 수 320개),엔제리너스(245개),할리스 커피(236개) 등은 지난해 약 1억잔을 팔았다. 스타벅스가 가장 많은 5300만잔을 팔았고 나머지 두 업체들이 2000만여잔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2006년(2700만잔)보다 4년 만에 두 배가량 급증했다. 이들 중 종이컵 등 일회용컵의 비중은 80~90%이며 다회용기인 머그컵 사용률은 10~20%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이들 종이컵의 재활용률이 낮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현재 회수율이 30%다. 지난해 5200만개의 종이컵 중 1500만개 정도만 재활용한 것이다. 다른 업체들의 재활용률이 이와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8000만~9000만개의 종이컵 중 7000만개 정도가 쓰레기로 버려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빅3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커피전문점 시장(총 1500여개)의 50%에 달한다. 즉 지난해 재활용되지 못한 커피전문점 종이컵은 1억4000만개 정도인 셈이다. 2007년 말 보증금제도가 폐지되기 전 3000만개 였던것에 비하면 2년여만에 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2007년까지만 해도 커피전문점의 컵 회수율은 50%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환경 전문가들은 "컵 보증금제도 시행 중에는 회수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컵 보증금제도란 고객이 밖으로 들고 나가는 일회용 컵에 대해 개당 50원을 받고 되가져 오면 동일금액을 즉시 환불해주는 제도다. 2003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업계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환경부는 2008년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를 폐지했다. 보증금이 폐지되자 회수율은 물론 머그컵 사용률도 40%에서 10~20%대로 낮아졌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커피전문점들은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들에게 머그컵에 주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안에서 마시다 갖고 나갈거라고 하거나 머그컵이 싫다고 하면 종이컵에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연대 기획팀장은 "보증금 제도와 같은 강한 유인 동기가 있어야 고객들의 재활용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