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반등에 개인들 '주식 열공중'

증권사 투자설명회 평소보다 2배이상 몰려
강남 큰손, 인플레 대비 원자재ETF 관심
"올해는 짝수해인데 코스피지수가 '짝수해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최근 지수가 많이 빠졌다고 하지만 아직 맘 편히 주식에 투자하긴 높은 수준 아닌가. "

4일 낮 12시30분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지하1층 문화센터에선 강연에 이어 열띤 질의응답이 오갔다. 한국투자증권이 현대백화점 VIP 고객을 위해 마련한 투자설명회 자리였다. 방극현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두 달 전만 해도 참석자가 부족해 설명회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대형 강의실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VIP 대상 투자설명회 인기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증권사들의 투자설명회가 성황이다. 증시가 반등 기미를 보이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투자자들이 주식에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는 것.또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해외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문의하는 고객도 부쩍 늘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 설명회에서 강의 내용을 꼬박꼬박 받아적던 김영옥씨(63)는 "부동산에만 투자하다가 요즘 희망이 없어 보여 증시 설명회를 와봤는데 주가수익비율이니 MSCI니 하는 말들이 생소했다"며 "설명회는 물론 지점에도 찾아가 상담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는 "요즘은 랩 상품이 뜬다고 해서 와봤는데 랩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주식은 무조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안정적인 상품도 있다고 하니 투자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사로 나선 양은희 자산컨설팅부 차장은 "주위 사람 말만 믿고 해외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던 투자자들이 최근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며 "적립식 투자부터 주가가 내렸을 때 사는 역발상 투자까지 다양한 투자기법을 묻는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도 블루칩 관심

지난 3일 현대증권 삼성역지점이 마련한 설명회에도 평소의 두 배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했다. 김영각 현대증권 종목분석팀장이 하반기 증시 전망을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 고객은 "외국인이 하이닉스를 계속 팔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하느냐"고 물었고,또 다른 고객은 "현대차의 5월 내수 판매가 저조한데 앞으로는 괜찮겠느냐"고 질문했다. 김 팀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개인투자자들도 대형 블루칩에 관심이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한영동 지점장은 "원래 주식 직접투자를 하지 않던 고객들도 펀드에 대한 실망,너무 낮은 은행 금리로 인해 직접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안정적이면서도 적당한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블루칩에 장기 투자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강남 큰손들은 인플레이션 헤지가 관심

증권사 서울 강남지역 PB센터들이 수십억원을 굴리는 거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여는 투자설명회는 일반 지점 설명회와는 다르다. 전재문 우리투자증권 PB도곡지점 차장은 "PB센터 고객들은 대개 주식에 관심이 많지만 다양한 투자상품에 자산을 배분해야 해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은행 금리는 너무 낮고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류남현 삼성증권 테헤란PB센터 부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재산을 지키는 것이 주목적이기에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자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을 많이 찾는다"며 "이달 중 발행 예정인 물가연동 국고채를 사전 예약하는 고객도 꽤 있다"고 전했다. 류 부장은 "자원 부국인 브라질 정부가 발행한 국채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며 "헤알화 표시 브라질 국채는 비과세 혜택이 있어 인플레이션 헤지뿐 아니라 절세를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안범찬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강남점 차장은 "최근 설명회에 나가 보면 인플레이션 헤지 차원에서 해외 원자재 투자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이들은 해외에 주식계좌를 열고 원유 비철금속 금 등 다양한 ETF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고객은 5억원을 한꺼번에 해외 ETF에 투자했다"고 귀띔했다.

김동윤/강현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