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패배 직접 책임 없지만…인적쇄신 물꼬 튼 정정길 비서실장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비서실장이 한나라당의 선거 참패 직후 사의를 표명,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정 실장의 사의표명은 '정치적' 책임의 성격이 강하다. 정 실장은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내가 대표로 책임지고 사의를 표하겠다"고 말한 뒤 일부 수석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가 사의를 표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참모진도 선거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 실장의 사의표명은 어차피 민심을 수습하려면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 만큼 정 실장이 당과 청와대 개편의 물꼬를 터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정운찬 총리가 당장 물러날 수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를 주도해온 정 총리가 물러나게 되면 야당의 공세에 떠밀려 물러나게 되는 모양새가 되는 게 부담인데다 세종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는 당면과제가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마저 사퇴를 하게 되면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야당에 국정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된다"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 총리의 용퇴론을 일축했다.

정몽준 대표,정 실장과 달리 정 총리가 사의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각 총사퇴와 4대강 공사 중단,세종시 수정안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정 총리가 사퇴하는 것은 국정의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4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펴온 중도 실용의 국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살피는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각을 중심으로 흔들림없이 어려운 정국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