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주식시장 vs 정치시장
입력
수정
공원에 산책 나온 주인이 1㎞를 걸을 때 강아지는 4㎞를 오간다. 경기(주인)와 주가(강아지)의 연관성을 설명할 때 흔히 드는 비유다. 너무 앞서 간 강아지는 주인이 안 보이면 되돌아온다. 반대로 주인에게 뒤처졌다 싶으면 강아지는 곧 따라온다. 경제의 펀더멘털에 견줘 지수는 수시로 강약과 고저를 거듭한다.
매일 급변하는 주식시장을 지켜보노라면 시장의 이 같은 복원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부장을 맡은 석 달 전(3월12일) 1662포인트이던 코스피지수는 전 주말(4일) 1664포인트로 마감됐다. 지수만 보면 아무 일 없던 듯하지만 그 사이 변동폭이 200포인트가 넘는다. 그리스 사태,북한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도 시장은 결국 되돌아왔다. 바닥이 꺼진 듯한 폭락 이후 복원력은 더욱 놀랍다. 지난달 25일 지수가 장중 1532포인트까지 추락하며 '경기선'으로 불리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7%나 밑돌았다. 하지만 불과 5거래일 만에 200일 이평선을 회복했다. 강아지가 주인을 찾아 뛰어오듯 펀더멘털에 다시 따라붙은 셈이다.
정치시장에서 정당들의 흥망성쇠도 주식시장과 닮은 꼴이다. 시장은 쏠림이 강할수록 '추세'로 복귀하려는 에너지가 강해진다. 한 때 잘 나갈 순 있어도 정당의 본질(펀더멘털)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탄핵 역풍 덕에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백년 정당' 운운하며 의기양양했다. 올 들어 대통령 지지율이 50%에 육박하자 한나라당은 여자 양궁대표팀처럼 본선(선거)보다 예선(공천)이 더 어려운 양 행세했다. 그러나 중간평가 격인 2006년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여지없이 참패했다. 열린우리당은 아예 간판을 내렸고,한나라당은 후유증 수습에 정신이 없다.
선거의 후보자들은 공급자인 정당이 수요자인 유권자에게 팔려고 내놓은 상품이다. 유권자가 누굴 찍을지는 곧 소비자가 무엇을 살 것인가와도 통한다. 반쪽짜리 여론조사에 취한 한나라당이 내놓은 후보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은 상품들이 많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잘못 읽은 탓에 '사고 싶은 상품'이 아니라 '팔고 싶은 상품'만 진열한 꼴이다. 이른바 '전략 공천'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잠재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기존 단체장의 재선,3선을 막기 위한 의도로 읽혔다. 대통령이나 서울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후보들은 품질은 별 볼 일 없으면서 화려한 포장에만 신경 쓴 상품으로 비쳐졌다.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가장 좋은 주식'이 아니라 '인기 있는 주식'이다. 정치시장에서도 선거는 최선의 후보보다는 차악의 후보,즉 덜 나쁜 후보를 뽑는 게 보통이다. 최근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은 과연 그들이 잘해서였을까. 여당의 오판과 지리멸렬 탓에 반사이익을 봤다는 해석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한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당도 다를 바 없다. 탄핵 역풍 뒤 한나라당이 천막당사의 고행을 겪었듯이 말이다.
주가가 뛸 때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처럼,정당도 잘 나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유달리 강한 게 우리 국민이다. 잘난 놈 잘 안 찍어주고 잘난 척 하는 놈은 더더욱 안 찍는다. 정치시장도 시장원리로 풀어보면 답이 나온다. 시장이 탐욕을 응징하듯 유권자들은 다른 것은 다 참아도 '오만함'은 못 참는다.
오형규 증권부장 ohk@hankyung.com
매일 급변하는 주식시장을 지켜보노라면 시장의 이 같은 복원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증권부장을 맡은 석 달 전(3월12일) 1662포인트이던 코스피지수는 전 주말(4일) 1664포인트로 마감됐다. 지수만 보면 아무 일 없던 듯하지만 그 사이 변동폭이 200포인트가 넘는다. 그리스 사태,북한 리스크 등 각종 악재에도 시장은 결국 되돌아왔다. 바닥이 꺼진 듯한 폭락 이후 복원력은 더욱 놀랍다. 지난달 25일 지수가 장중 1532포인트까지 추락하며 '경기선'으로 불리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7%나 밑돌았다. 하지만 불과 5거래일 만에 200일 이평선을 회복했다. 강아지가 주인을 찾아 뛰어오듯 펀더멘털에 다시 따라붙은 셈이다.
정치시장에서 정당들의 흥망성쇠도 주식시장과 닮은 꼴이다. 시장은 쏠림이 강할수록 '추세'로 복귀하려는 에너지가 강해진다. 한 때 잘 나갈 순 있어도 정당의 본질(펀더멘털)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로 탄핵 역풍 덕에 다수당이 된 열린우리당은 '백년 정당' 운운하며 의기양양했다. 올 들어 대통령 지지율이 50%에 육박하자 한나라당은 여자 양궁대표팀처럼 본선(선거)보다 예선(공천)이 더 어려운 양 행세했다. 그러나 중간평가 격인 2006년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여지없이 참패했다. 열린우리당은 아예 간판을 내렸고,한나라당은 후유증 수습에 정신이 없다.
선거의 후보자들은 공급자인 정당이 수요자인 유권자에게 팔려고 내놓은 상품이다. 유권자가 누굴 찍을지는 곧 소비자가 무엇을 살 것인가와도 통한다. 반쪽짜리 여론조사에 취한 한나라당이 내놓은 후보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은 상품들이 많았다. 소비자의 니즈를 잘못 읽은 탓에 '사고 싶은 상품'이 아니라 '팔고 싶은 상품'만 진열한 꼴이다. 이른바 '전략 공천'은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잠재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기존 단체장의 재선,3선을 막기 위한 의도로 읽혔다. 대통령이나 서울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후보들은 품질은 별 볼 일 없으면서 화려한 포장에만 신경 쓴 상품으로 비쳐졌다. 주가가 오르는 종목은 '가장 좋은 주식'이 아니라 '인기 있는 주식'이다. 정치시장에서도 선거는 최선의 후보보다는 차악의 후보,즉 덜 나쁜 후보를 뽑는 게 보통이다. 최근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은 과연 그들이 잘해서였을까. 여당의 오판과 지리멸렬 탓에 반사이익을 봤다는 해석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한 기업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수해야 한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당도 다를 바 없다. 탄핵 역풍 뒤 한나라당이 천막당사의 고행을 겪었듯이 말이다.
주가가 뛸 때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처럼,정당도 잘 나갈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유달리 강한 게 우리 국민이다. 잘난 놈 잘 안 찍어주고 잘난 척 하는 놈은 더더욱 안 찍는다. 정치시장도 시장원리로 풀어보면 답이 나온다. 시장이 탐욕을 응징하듯 유권자들은 다른 것은 다 참아도 '오만함'은 못 참는다.
오형규 증권부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