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때로는 단순함이 최고의 재테크


재테크를 하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잘 살기 위한 재테크도 능력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 재테크에 대한 지식도 없으면서 능력이상의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사람에게 복(福)을 줄 때에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주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본 P씨가 있었다. P씨는 중소기업의 과장으로 착실한 월급쟁이인데 어느 해 3억 원의 돈을 상속받게 되었다. 그는 필자에게 주식 투자를 해도 되는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고 싶다고 했다. "주식은 하느님도 모릅니다. 하물며 제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P씨의 물음에 완곡히 거절했다. 외국에서 투자전문가와 원숭이가 주식투자 모의시험을 한 적이 있는데 원숭이가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처럼 투자 전문가도 분석한대로 안 될 때가 있는데 하물며 나 같은 비전문가가 남에게 주식얘기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P씨는 필자의 조언을 무시하고 주위의 권유에 따라 주식에 손을 댔다가 결국 큰 손해를 보았다. 주식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이 공부도 하지 않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했다가 상속받은 돈을 전부 까먹은 것이다. 섣불리 재테크에 나서지 말고 그냥 은행에 맡겨두었다면 지금쯤 제법 목돈이 되었을 것이다.

재테크를 잘해서 부자가 된 사람이 있고, 섣불리 재테크에 뛰어 들었다가 손해를 본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하지 안했는데 부자가 된 사람도 우리 주변에는 더러 있다.
노력하지 않고서 부자가 된 사람은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부자는 부자다. 왜냐하면 남들이 돈을 더 벌기 위해 무언가 할 때 동요하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는 것도 하나의 재테크 능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재건축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내며 얘기도 못 꺼내게 하는 B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20여 년 전 반포 주공 14평에 살았었다. 부부만 살 때는 괜찮았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좀 더 넓은 집이 필요해 이사를 가기 시작했다. 20평, 30평, 40평으로 넓혀가면서 집은 점점 서울에서 멀어졌다. 그는 넓은 집을 장만하기 위해 무리하게 은행 대출도 받아가며 지금의 아파트를 장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반포 부근을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길을 돌아서 간다. 그 이유는 반포의 예전에 살던 아파트를 쳐다보기 싫어서이다. 20여 년을 고생하며 넓은 집 장만했지만 지금은 예전 14평 아파트 가격이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은행 대출금은 지금도 갚아 나가고 있다.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 바쁘게 그리고 신속하게 움직인다. 그만큼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하는 것이다. B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부지런히 뛰었는데도 소득이 없을 때가 생긴다. 그렇다고 그가 20여 년을 잘못 살아왔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일지 않을 때도 있고, 때로는 단순한 사람이 발 빠르게 재테크를 한 사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어느 시골에서 부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도시계획의 중심으로 발표되면서 허름한 논밭의 땅값이 하루아침에 수백 배가 올랐다. 별안간 돈벼락을 맞은 마을 사람들은 힘겨운 농촌생활을 청산하고 땅을 팔아 도시로 나갔다. 하지만 한 사람만 유독 논밭을 일구며 묵묵히 자기 일을 했다. 그는 농사 외에는 다른 것은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외지로 나갔던 마을 사람들이 흥청망청 돈을 날려 빈털터리가 되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왔다. 반면 남아서 자기 일을 하며 복을 지켰던 그 사람은 땅값이 더 올라 수십억대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 부자는 자식들에게 효도 받으면서 시골에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거나 남들이 모르는 재테크 비법 같은 것은 그 부자에게는 없었다. 단지 바보처럼 들어온 복(福)을 묵묵히 지켰을 뿐이었다. 똑똑한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되는 과정이 지혜로운 사람이 똑똑한 것이다.

적극적인 행동은 소극적인 행동보다 결과가 좋아야 하는 것이 세상이치다. 하지만 세상은 때론 우리가 뜻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도 있다. 특히 욕심이 개입되어있으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사람을 허무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까지 사라지게 한다. 지족불욕(知足不辱)이면 지지불태(知止不殆)라는 말처럼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다고 했다. 욕심으로 화(禍)를 부르기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라.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손에 쥔만큼은 행복이고, 가진 만큼은 성공일 것이다.(hooam.com/whoi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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