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1) 남아共은 지금 스포츠 마케터의 전쟁터…2~3시간 새우잠 자며 홍보 총력전

(1) 월드컵 경제학
2010 남아공월드컵을 열흘가량 남겨둔 지난 2일 새벽 4시.남아공 샌톤시티 호텔에서 잠을 청하던 박상우 현대자동차 해외마케팅팀 과장은 갑작스런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랐다.

로드쇼 예정 국가가 추가돼 급하게 일정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남아공으로 출장 와서 닷새 동안 하루 2~3시간씩 새우잠을 자며 강행군을 계속했다. 기아자동차 월드컵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이노션의 고명영 차장은 본격적으로 월드컵 체제가 시작된 지난 1월부터 두 아들의 얼굴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한국과 남아공을 오가며 6개월째 출장과 야근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세 살짜리 둘째는 아빠 얼굴을 잊을 판이다. 주요 기업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을 뽑을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게 체력이다. 현대차 해외마케팅팀 소속 송기주씨는 "다른 직원들은 오전과 오후가 있지만 스포츠 마케터들은 오전과 오후뿐 아니라 유럽 오전,유럽 오후가 추가로 있다"며 "시간대가 같은 유럽과 남아공에서 걸려오는 긴급호출(SOS)에 응답하다 보면 퇴근 시간은 유럽 직원들이 회사를 나서는 새벽 1~2시께가 된다"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터들은 마케팅만 하는 게 아니다. 경기장을 찾는 회사 경영진과 주요 거래선 영접도 이들의 임무다. 박재홍 기아차 해외프로모션팀 과장은 호주오픈테니스대회를 후원하며 현지 한국 대사관을 수시로 들락거려야 했다. 대회에 초청한 중동 중요고객(VIP)이 인터폴 수배자인 테러리스트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공항에 억류됐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해외에서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돌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며 "슈퍼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장점도 있다. 경영진에게 손쉽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내 고위 임원들과 함께 다니는 일이 잦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과 이름을 알릴 수 있어서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임원기/송형석 기자 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