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를수록 좋은 은퇴설계] 老테크 기간 길수록 인생 2막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2050년 고령화 세계1위…
은퇴후 생활비 턱없이 부족
최소 10년 내다보고 준비해야
나이에 따라 맞춤형 설계…
20~30대, 고수익ㆍ고위험 상품투자
40대, 집ㆍ금융자산 비율 2대1로
은퇴前, 안전성ㆍ현금화 고려
'38.2%',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그러나 '41%',세계 주요나라 중 가장 낮다.

무엇을 의미하는 숫자일까. 바로 우리나라의 고령화율과 은퇴준비지수를 나타낸다.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2050년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8.2%에 달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37.8%인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1위 고령화 국가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과연 그 노인들의 노후준비는 어떨까. 우리나라 근로자가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할 때 은퇴 이후 받을 수 있는 예상 소득은 현재 물가 기준으로 연 1667만원 정도다. 은퇴 직전 소득은 약 4067만원이므로 은퇴준비지수는 41%에 불과하다. 은퇴 이후 필요한 생활비 예상액은 은퇴 직전 소득의 62%에 해당하는 연간 약 2530만원이므로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은퇴란 더 이상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젊었을 때야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가족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면 되지만,은퇴 이후에는 수입이 없거나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젊은 시절 수입에서 일부를 떼어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수중에 재산이 많다고 행복한 게 아니다. 돈이 필요할 때 있어야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금융자산 얼마인지 체크부터50대 고객과 재무 상담을 할 때마다 가장 먼저 살펴보는 항목이 있다. 그들의 금융자산이 얼마인지 체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얼마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보면 대략적인 노후준비 실태를 점검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평균적인 50대는 금융자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들 대부분이 30~40대 젊은 시절에 수입 범위 내에서 아껴서 쓰고 나머지를 나름대로 저축을 해왔는데도 말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금융자산 중에서 따로 구분된 은퇴자산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50대 중반이 돼서야 수입이 끊기면서 은퇴가 코앞에 다가온 것을 깨닫고 뒤늦게 준비를 시작한다. 준비가 늦었기 때문에 노후준비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젊어서부터 계획을 세워 준비하지 않고 은퇴를 바로 앞두고 급하게 투자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령 자신이 잘 모르는 곳에 수익성만 보고 투자한다든지,환금성이 없는 부동산에 투자해서 정작 돈이 필요한 시점에 쩔쩔매곤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은퇴계획과 실행을 권하고 싶다. 노후준비는 집 마련이나 다른 목적자금 마련과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은퇴자산은 주택자금을 마련하는 것처럼 일정 시점에 몇억원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라 노후에 내게 필요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은퇴자산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전략으로 노후설계를 해야 할까?◆현금흐름 분석 후 상품 선택해야

미래의 (+)현금 흐름과 현재의 현금지출을 교환하는 행위가 바로 투자와 저축이다. 따라서 모든 투자와 저축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때는 현금흐름의 개념을 필수적으로 고려,현금흐름을 분석한 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가령 지금 1억원을 투자하면 향후 20년간 매월 80만원씩 20년간 정액으로 지급하는 연금상품(원금은 소멸)이 있다고 가정하자.액면금액만으로만 따지면 총 1억9200만원을 분할해서 수령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수중에 있는 1억원을 세금공제 후 연 4.5%의 복리로 20년 동안 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상품(매년 450만원의 이자를 받는 셈)이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20년 동안 받게 될 매월 80만원의 현재가치는 1억2645만원이다. 현재 1억원을 4.5%로 운용하는 자금의 현재가치는 1억원이기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게 수중에 있는 돈을 세후 연 4.5%로 운용하는 것보다 현명한 길이다. 은퇴금융상품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현금흐름을 따져보고 수익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나이에 따라 주식vs채권 비율 조정 필요

은퇴 포트폴리오는 은퇴 시기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구성하고,은퇴까지의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 위험을 다소 부담하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젊은 시절 안전성에만 매달리다 보면 20~30년 후 은퇴시점에 노후 생계비를 대기에 턱없이 부족함을 절감하게 된다.
반면 은퇴를 앞두고도 고수익에만 매달려 주식 위주의 은퇴자산 운용을 지속하다가 은퇴 시기가 다가올 때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좋지 않은 경우 은퇴자산 총액이 갑작스럽게 줄어들어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나이와 형편에 적절한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변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주식 등 위험자산은 변동성이 높아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 큰 만큼 장기간 투자하면 수익을 향유할 가능성이 높다. 기대수명이 100세로 높아진 요즘은 은퇴 이후에도 주식 비중을 20~30%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은퇴 후 기간이 워낙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은퇴자산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수익성을 감안,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 시점에 가까울수록 채권과 예금 등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해서 얻는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안전하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즉 포트폴리오 목표가 수익성에서 안정성으로 이동하는 게 맞다.

◆은퇴자산도 환금성 고려해야

은퇴자산은 은퇴까지 장기간 준비해야 할 자산이다. 따라서 개인연금이나 변액보험 등 환금성이 제한적인 은퇴전용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퇴자산을 위한 투자 여력을 전부 장기간 운용이 전제된 곳에만 배분하는 것은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은퇴자산은 모든 자산의 교량역할과 배분역할을 담당할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은퇴자산 포트폴리오에도 3~5년의 중기적인 운용을 전제로 하는 금융상품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 가령 펀드나 정기예금,후순위채권 등이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

◆집도 은퇴자산의 일부

은퇴 시점에 집은 훌륭한 노후 자산이 될 수 있다. 단 재정 상태가 균형을 갖추고 있다면 말이다. 젊은 시절에는 집과 은퇴 금융자산을 나눠 별도로 운용하되,은퇴 후에는 두 자산을 합해 노후생활에 활용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은퇴 이전까지는 집과 은퇴자산을 별개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집이 있는 사람은 내가 보유하고 있는 집이 내 소득 수준과 미래의 은퇴계획에 적합한지 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집값이 소득 수준보다 높다고 느낀다면 은퇴를 고려해서 소득 수준에 적합한 집으로 천천히 갈아탈 준비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40대 초반의 경우 거주용 집 한 채(대출을 차감하기 전 총액)와 금융자산의 비율은 2 대 1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집 한 채 있는 사람들이 여유자금으로 재건축,재개발 지분에 투자하겠다고 하면 추가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이후에도 지금 보유하는 집값의 50%만큼의 금융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 보도록 권고한다. 만약 현재 4억원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면 금융자산을 2억원만큼 유지한 채로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해야 재정 상태에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 즉 내가 마련한 집값의 50% 정도의 금융자산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추가적인 부동산 투자는 유보하는 게 좋다.

고득성 SC제일은행 삼성PB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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