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伊 대표팀 유니폼에 '푸마 로고'…3배 오른 3000만유로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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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후원사 경쟁마스터카드는 2006년 독일월드컵 직후 국제축구연맹(FIFA)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FIFA가 '기존 파트너에 협상 우선권을 준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파트너를 경쟁 업체인 비자카드로 바꾼 조치는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기업들 스폰서 독식…최소 4년 기다려야 도전 기회
돈ㆍ브랜드 인지도뿐만 아니라 마케팅 '빅 플레이어' 잡아야
1990년부터 16년간 FIFA와 '한 배'를 탔던 마스터카드가 소송까지 벌인 것은 '월드컵 파트너'라는 타이틀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후원사인 비자카드에 월드컵까지 내주면 시장에서 이미지가 뚝 떨어질 것으로 본 것.마스터카드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010 남아공월드컵 경기장과 부대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은 현금과 비자카드뿐이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비자가 확보한 금융회사 500여곳과 가맹점은 '덤'이다. 스포츠 시장에서 이기고 지는 건 선수들만이 아니다. 미국(618억달러)과 아시아(171억달러)의 스포츠 시장 규모는 올해 800억달러(약 9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월드컵과 올림픽 등 메가 스포츠의 후원 기업으로 참여하기 위해 사활을 건 수주 전쟁을 치른다. 기존 후원사도 안심할 수 없다. 마스터카드 사례처럼 언제든지 경쟁 업체가 후원사 자격을 빼앗아 갈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스포츠 전쟁
2005년 4월 삼성전자 스포츠마케팅팀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FIFA의 월드컵 파트너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이 FIFA 파트너에서 빠진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삼성전자가 큰 그림을 그리고 제일기획이 실무를 맡아 5개월간 집중적으로 FIFA에 공을 들인 결과였다. 그러나 파트너 발표 당일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제시한 금액이 적어 염두에 두지 않았던 소니가 삼성을 제치고 새 후원사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업계에서 일본과 FIFA의 스포츠 네트워크가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 기업인 현대자동차에 이어 삼성전자가 FIFA 파트너 6개 중 2개를 꿰차는 것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희운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장은 "30년 이상 스포츠 마케팅을 해 온 일본 기업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며 "FIFA 입장에서도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대형 스포츠 시장인 일본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진입장벽영국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흥행팀으로 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2009년 선수들의 상의(저지) 유니폼에 다는 스폰서 기업 로고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빅 플레이어'들의 정보력과 네트워크 싸움이 치열했다.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맨유의 유니폼 수주전 참가 여부를 막판까지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가 친분 있는 글로벌 기업의 스포츠 마케터들에게 계약 관련 정보를 흘려 몸값을 높인다는 소문도 돌았다. 결국 맨유는 미국계 보험회사 AON을 택했다. 미국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저변을 확대하고 실리도 챙기는 전략을 택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노리는 '대어'는 월드컵과 올림픽,유럽 챔피언스리그,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저지 스폰서십 등으로 제한돼 있다. 도전 기회도 자주 오지 않는다. 심정훈 IB스포츠 이사는 "FIFA와 IOC 후원사로 참가하려면 최소 4년은 기다려야 하는 데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독식해 문이 닫힌 상태"라고 말한다.
든든한 자금줄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의 인지도,풍부한 경험을 갖춘 스포츠 마케팅 맨파워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의 '인맥'을 변수로 꼽는 전문가도 많다. 대부분의 협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FIFA는 대외적으로 22명의 집행위원이 파트너와 스폰서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프 블라터 회장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등 내부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알려진 게 없다. 세계적인 마케팅 · 홍보회사인 IMG,스포츠파이브,인프런트,덴츠 등도 스폰서십의 향방에 영향을 미친다. 이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대리 정보전'을 벌인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업체 슬램의 전수익 사장은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는 키 플레이어는 많지 않다"며 "그 네트워크에 들지 못하면 스폰서십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유니폼 전쟁도 치열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 대표팀 유니폼 스폰서십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FIFA 파트너인 아디다스가 한발 앞선 상황이지만 나이키의 도전도 거세다. 나이키는 최근 프랑스 대표팀과 2011년부터 7년 동안 사상 최대 금액인 4000만유로(약 590억원)에 후원 계약을 맺었다. 나이키가 아디다스의 안방인 독일 대표팀까지 빼앗으려 하자 아디다스는 기존의 두 배를 지불하고 간신히 방어했다.
세계 3위 업체인 푸마도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후원하기 위해 기존의 3배에 달하는 3000만유로(약 440억원)를 지불했다. 스페인의 중소업체 호마는 온두라스 대표팀을 후원하며 온두라스 이민자가 많은 미국 시장 매출이 지난해보다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포츠 용품업체 레게아는 북한과 유니폼 계약을 맺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우리는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
강유현/강경민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