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이 꿈꾸는 사람과 사회의 품격은…

이우걸씨 산문집 '질문의 품위'
시조시인 이우걸씨(경남문학관장 · 64)의 산문집 《질문의 품위》(작가 펴냄)는 반평생을 살아온 생활인의 지혜에 문인의 사유를 덧입힌 맛깔스러운 수필집이다.

그의 시선은 어머니와 아버지,고향과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주도(酒道)와 선물,수학능력시험 등 사사로운 삶의 단편들을 두루 아우른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선후배 문인들의 얘기,문화예술교육,선거와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폭도 넓고 깊이도 남다르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쓴 산문들에는 시인이자 시민이고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로 살아온 그의 인생 여정이 오롯이 드러난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과 밀양,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고향의 풍경은 현대인에게 '근본'과 '안식'의 의미를 일깨운다.

"연속되는 아스팔트 길과 콘크리트 담 사이를 돌면서 또는 대리석 흰 벽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불안정한 맥박을 다독여주는 어머니의 환영"과 비슷하다. "스피드하고 격정적인 술자리 대신 마음 맞는 벗과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고담준론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생산적이고 고아한 자리가 될까. "

책 제목으로 쓰인 '질문의 품위'에서도 드러나지만 그는 산문집 전체를 통해 사람과 사회의 '품격'을 갈망한다. "질문이 무용하던 시대,질문을 할 수 없던 시대,질문을 해놓고도 죄지은 것은 아닌가 내내 뒤끝이 개운하지 않아서 잠 못 이루던 시대를 지나서 질문이라도 마음 놓고 하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 그런 시대가 오니 오히려 질문이 독을 품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질문이 너무 잘난 척하고 질문이 사람을 다치게 하고 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