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담배로 던힐ㆍ말보로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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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다비도프' 9일 출시글로벌 담배업체들이 보기에 한국은 특이한 시장이다. 전세계 담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필립모리스(말보로)와 BAT(던힐),니혼타바코산업(마일드세븐) 등 '빅3'가 토종 업체인 KT&G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빅3에 뺏긴 2030 공략
국내 담배시장이 개방된 것은 1988년.한동안 빅3의 점유율은 10% 선에 머물렀다. 외환위기 이후 귀국하는 해외 연수자와 유학생들이 늘면서 외산 담배에 익숙해진 젊은층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빅3는 이 틈을 파고들어 2007년 점유율 30%를 넘어서더니,작년 4분기에는 41.7%로 '40% 벽'마저 깨버렸다. KT&G가 쌓은 '철옹성'에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원인은 20~30대에 있었다. 실제 한국리서치가 최근 22개 대학 재학생 중 흡연자 20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9%가 외산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던힐 말보로 마일드세븐이 장악한 타르 함유량 6.0㎎ 짜리 '독한 담배'에 맞설 제품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KT&G는 9일 선보일 '다비도프'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4위 담배업체인 임페리얼타바코그룹(ITG)의 다비도프는 전세계 130개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브랜드인 데다 타르 함유량도 6.0㎎이기 때문이다. 외산 브랜드에 빼앗긴 20~30대를 되찾기 위해 다른 외산 브랜드를 들여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쓴 셈이다.
KT&G는 단순 수입 판매가 아니라 ITG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다. 다비도프는 원래 담배 길이가 93㎜이지만,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국내에선 던힐이나 레종과 같은 84㎜로 출시했다. 소비자 가격은 갑당 2500원.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