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17년…삼성의 화두는 '馬不停蹄'

사내 인트라넷 통해 "안주말고 계속 전진하자"
"세계 1위를 향해 달려온 17년,지금은 안주할 때가 아니라 마불정제(馬不停蹄)할 때입니다. "

7일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지 만 17년 되는 날이었다. 삼성그룹은 당시 이 회장이 던진 '위기와 변화'라는 메시지를 마불정제,즉 '말이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란 말로 재해석했다. 삼성은 이날 그룹 인트라넷에 이 같은 메시지를 올리고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고 독려했다. 이 회장은 1993년 6월7일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68일간 직원들과 해외간담회를 갖고 신경영 구상을 밝혔었다. 대화에 참석한 직원은 1800명에 이르렀고 대화시간은 350시간,사장단과의 대화시간은 800시간에 이르렀다.

당시 이 회장의 신경영은 "등허리에 진땀이 날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낀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라는 말과 함께 7시 출근,4시 퇴근을 뜻하는 7 · 4제 실시,질(質)경영 등으로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신경영은 1992년 36조원에 불과했던 그룹 매출을 2009년 200조원으로 끌어올리고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에서 2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증가시킨 밑거름이 됐다.

이날 삼성그룹 사내방송인 SBC도 "신경영의 초심으로 돌아가자"란 특집방송을 통해 신경영을 재조명했다. 이 회장이 당시 던진 핵심 메시지인 '위기의식,품질,소프트경쟁력,미래경영,자율과 창의'는 지금도 훼손할 수 없는 삼성의 가치라는 내용이었다. SBC는 특히 "최고의 찬사를 받던 글로벌 기업들이 무너지는 이유는 품질우선이라는 기본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은 SBC 인터뷰를 통해 "세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철학과 신념은 오늘날에도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 신경영 정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2005년 (이 회장이 주재한) 밀라노 디자인 전략회의를 계기로 혁신을 지속해 TV,휴대폰 등이 세계 1류로 도약했다"며 "기존 하드웨어,디자인 등의 강점에 소프트 경쟁력을 배가해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강조한 '소프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은 미래경영에 대해 "이 회장은 항상 1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바이오,친환경,의료기기 등에 과감히 투자해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SBC는 "누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지금까지의 성공은 잊고 원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신경영의 사고가 다시 한번 요구된다"는 멘트로 방송을 마무리했다.

김용준/김태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