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폭탄'…매매·전세가 동반하락 심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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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입주 올해 17만채 달해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입주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미아뉴타운 등 서울 일부 지역과 용인 파주 등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등에서 두드러진다.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좁혀지면 등장하던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도 최근엔 자취를 감췄다.
강북구·용인·고양 내림세 주도
수요자들 당분간 관망세로
전문가들은 매수 기반이 가뜩이나 취약한 상황에서 올해 서울과 수도권에 17만1000여채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전세 · 매매가 동반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분당 · 일산보다 많은 '입주 폭탄'
2007년 말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무더기로 공급됐던 물량들이 지난달 입주를 시작하면서 '입주 폭탄'의 위력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연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 입주 아파트는 17만1265채에 달한다. 이는 2004년 이후 연간 입주물량 14만~15만채보다 2만~3만채,분당신도시(8만9600여채)와 일산신도시(5만7900여채)의 기존 아파트를 합한 것보다 2만3500여채 많은 규모다.
수도권에선 악성 미분양 지역인 용인 · 고양 · 파주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용인에선 입주가 진행 중인 동천지구 '래미안 동천(이스트팰리스)'2393채와 성복동 현대힐스테이트 2 · 3차 1512채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1만4054채가 입주한다. 고양에선 8~10월 식사지구(7033채)와 12월 덕이지구(4872채)등 1만3511채가 쏟아진다. 파주에선 운정지구를 포함, 1만2027채가 집들이를 한다.
◆매매 · 전세가 동반 하락 두드러져
아파트가 팔리지 않자 입주예정자들이 기존 집을 대거 전세로 내놓으면서 한동안 강세였던 전세시장도 하락 동조화가 뚜렷하다. 지난달 14일을 기점으로 서울 및 수도권 거의 전 지역에서 내림세로 돌아섰다.
서울에선 뉴타운사업으로 대단지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강북구와 성북구 등이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입주가 진행 중인 강북구 미아동 미아뉴타운(2577채)의 영향으로 인근 SK북한산시티 108㎡는 1주일 사이 매매가가 1500만원이나 내렸다. 전세가도 1주일 전보다 500만원가량 떨어진 1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지만 문의가 거의 없다. 부동산114 등 정보업체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는 '물량 폭탄' 여파로 매매가가 연초 대비 3.24% 떨어졌다. 경기도 전체 평균 하락률(1.56%)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파주시 아파트는 3.26%로 수도권 최대 하락률을 보였고 고양시도 2.69% 하락했다. 용인 · 고양 · 파주 등의 매매가 약세는 전세가 내림세로 이어지고 있다. 용인 수지구 성복동,고양 식사지구,파주신도시 등은 전셋값도 한 달 전보다 중소형은 500만~1000만원,중대형은 2000만~3000만원 내렸다.
◆출구전략 등 악재 산적
전문가들은 매매 · 전세가 커플링(coupling · 동조) 하락은 약세장의 전형적 패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매매 · 전세가 동반 하락이 이어진 것은 금융위기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2008년이 유일하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 팀장은 "매매 · 전세가 하락이 초기 단계여서 대세 하락기가 도래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동반하락 패턴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는다면 시장 상황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취약한 주택시장 수요기반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출구전략 차원에서 하반기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행보는 주택시장에 악재다. 메트로컨설팅의 윤재호 대표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또 다른 집값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시장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 금리가 급격히 오른다면 매매 · 전셋값 동반 하락 속에 떨어진 전세가와 매매가가 서로를 다시 밀어내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