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유럽 위기 과민반응이 시장불안 더 키운다

그리스 등 남유럽에 이어 이번에는 동유럽 헝가리의 디폴트(국가부도)설이 부각되면서 어제 코스피지수가 26.16포인트 급락하고 원 · 달러 환율은 34.10원 급등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또한 대부분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됐다. 한동안 안정을 되찾았던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어 유럽발 위기의 여파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헝가리의 재정위기는 과장된 부분이 많아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고 보면 시장이 지나치게 과민반응한 측면이 크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헝가리가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재정건전화가 진행돼왔다"며 그리스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만 보아도 그렇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처럼 부정확한 소문이나 조그만 사건에도 크게 충격을 받을 정도로 최근 시장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실제로 헝가리의 디폴트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대목은 이처럼 글로벌 시장이 악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이라는 점이다. 특히 우리 증시는 유동성이 높아 작은 악재에도 외국인들이 손쉽게 손을 털고 나가는 일이 반복돼왔다. 지난 2주일간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어제 다시 2600억원이 넘는 물량을 팔아치운 것이 좋은 예다. 규모가 작은 우리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사들의 헝가리 익스포저가 적고 수출비중도 미미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시장참여자들의 과도한 반응을 경계했다. 물론 지나친 공포가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되지만,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고 방심하는 것 또한 금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모든 불안요인에 대해 면밀한 점검태세를 갖추고 장단기 시장 안정대책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