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라운지] 철강포장 사업서 희귀금속 캐는 소재기업 변신

윤용철 삼정피앤에이 대표
철강원료 생산과 포장사업을 하는 삼정피앤에이(대표 윤용철)가 최근 외도(?)에 나서 희귀금속 추출업체 나인디지트를 93억원에 인수했다. 이 회사가 휴대폰 등 폐자원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이른바 '도시광산' 기업을 인수하자 관련 업계가 깜짝 놀랐다. 1973년 창업 이래 포스코와 거래하면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왔던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소재산업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윤용철 대표는 "그동안 우리 회사는 포스코의 포장 업무를 전담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안정적인 성장을 해온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소재산업의 투자 확대를 통해 40주년이 되는 2013년 매출목표 1조원 중 80%를 소재 분야에서 일구겠다"고 강조했다. ◆소재산업으로 신성장동력 찾아

삼정피앤에이는 올초 신사업 진출을 놓고 내부에서 집중 토론을 벌였다. 기존 수익 구조를 유지해 안정된 경영을 하자는 입장과 신사업 진출을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윤 대표는 "토론 끝에 신사업 진출을 확정했으며 폐자원에서 희귀금속을 뽑아내는 나인디지트를 인수해 소재산업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해외로 발을 넓혔다. 모로코의 광산을 확보하고 현지에 망간 구리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가공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짐바브웨 볼리비아 필리핀 등에서 구리 코발트 탈탄튬 등의 생산을 위한 광산 확보와 제련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마운틴 호프사의 몰리브덴 광산 지분(3%)도 확보하는 등 희귀금속 광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편 알루미늄 탈산제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에도 나섰다. 우선 용해로 설비를 늘려 연간 2만7000t인 알루미늄 탈산제 생산량을 연말까지 3만7000t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또 원가를 낮추기 위해 현재 55%인 재활용 저가 원료의 사용량을 연말께 90%로 확대할 방침이다. 윤 대표는 "기존의 알루미늄 탈산제 및 몰리브덴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제강 공정에 첨가되는 소재인 페로몰리도 하반기부터 생산에 들어간다"며 "이렇게 되면 올해 예상 매출액 4800억~5000억원 중 소재부문 비중이 60%를 넘어 명실공히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첫 로봇결속기,수출시장 개척

철강제품은 출고할 때 종이 나무 철판 등으로 포장해야 한다. 이때 가로 세로 중앙 등 세 번을 묶어줘야 하기 때문에 로봇결속기 세 대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최초로 로봇 결속기 '포스코 스트랩마스터'를 개발함으로써 한 대로 처리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기존 22m인 포장라인을 7m로 줄였고,설치비도 35% 정도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윤 대표는 "이 설비는 포스코에서 성능을 인정받아 상품명에 '포스코'를 쓸 수 있게 됐다"며 "올 하반기부터 일본 중국 미국 등지로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내 1000억원 규모인 전 세계 포장결속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포항=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