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정권교체 리스크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桓公)은 형과의 권력다툼에서 이긴 후 형의 심복이었던 관중(管仲)을 죽이려 했다. 내란이 한창일 때 관중이 쏜 화살에 맞아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공신들 사이에서도 관중을 용서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들끓었다. 그러나 환공의 측근이자 관중의 친구인 포숙아(鮑叔牙)가 나서 '목숨을 걸고' 추천하자 환공은 두말없이 관중을 중용했다. 관중은 명재상으로 이름을 날리며 환공을 춘추오패(春秋五覇)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경선 경쟁자였던 윌리엄 시워드를 국무장관에 앉혔다. 경쟁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젠 나라를 위해 일해보자는 마음이 통한 것이다. 시워드는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해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헐값에 사들이는 등 큰 일을 해냈다. 링컨이 가장 존경받는 미국 대통령으로 평가되는 데는 이런 탕평(蕩平)의 마인드가 깔려 있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게 정치라지만 권력 장악 후 상대편을 끌어안는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이기고 나면 자리를 마련해줘야 할 사람이 주변에 넘쳐난다. 더구나 과거의 잘못을 부각시켜야 '현재'가 돋보이는 탓에 비판과 질타에 열을 올리게 된다. 선거과정에서 쏟아낸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렇다 보니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심한 정책적 균열이 일기 쉽다. 이른바 '정권교체 리스크'다.

요즘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헝가리 사태만 해도 지난 4월 총선에서 집권한 새 정부가 "전 정부가 재정적자를 조작했다. 국가부도 가능성이 있다"고 한 말이 불씨가 됐다. 지난해 10월 정권이 바뀐 그리스도 전 정부가 재정 수치를 속였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정권이 바뀐 영국의 재무장관 역시 전 정부는 객관성을 잃고 예산에 맞춰 성장률 전망을 마사지했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이들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6 · 2선거로 지방정권의 대폭 교체를 앞두고 있는 우리도 '정책 엇박자' 후유증에 시달릴까 걱정이다. 세종시,4대강,무상급식 등 굵직한 현안들마다 충돌이 일어날 조짐이다. 세계경제는 아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환공이나 링컨이 대의를 위해 과거의 라이벌을 포용했듯 눈앞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긴 안목의 정책을 펴는 게 절실한 때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