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투자 'K씨 사건' 진상은

1000억대 모은 뒤 행방 묘연…개인·코스닥기업 피해 속출
카자흐스탄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0여개 국내 기업과 개인투자자들이 한 사람에게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K씨의 사기의혹'이다.

이 사건은 피해자인 A씨 등이 K씨에게 피해를 입은 개인들과 기업을 공개적으로 모으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사건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동산개발 시행사를 운영하던 A씨는 해외 부동산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 주변 사람의 소개로 K씨를 만났다. K씨의 화려한 언변과 사업 프레젠테이션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펀드매니저들도 혹할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또 K씨는 카자흐스탄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이름이 잘 알려져 있었다. A씨는 그해 5월 개인명의 대여금 형식으로 K씨의 건설 사업에 30억원을 투자했다. K씨 사업체 이름은 N사다. A씨는 K씨와 함께 카자흐스탄도 방문했다. 한국 사무소도 강남의 대형 빌딩에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30억원을 카자흐스탄에 보낸 이후로 한번도 이자나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A씨의 추궁에 2008년 K씨는 "건설업은 어렵지만 다른 광산사업에서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 둘러댔다.

문제는 A씨 외에 10여개 국내 기업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상장폐지된 코스닥업체와 건설업체도 연루된 것으로 현지에선 알려져 있다.

A씨는 이들 업체를 중심으로 피해대책 사무소를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K씨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K씨는 카자흐스탄 권력층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K씨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할 때 창구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N사는 1991년 카자흐스탄 독립과 함께 현지에 세워진 '외국인 1호 기업'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씨는 자동차 판매 · 식료품 · 건설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잇달아 성공을 거뒀고 광물 · 석유자원 · 금융업 등에도 진출했다. 또 K씨는 직접 코스닥 상장 업체를 인수, 국내 자금의 해외자원 투자 창구 역할을 했다. 지금은 법정관리상태인 C회사도 K씨와 사업을 추진했다. 상장 폐지된 코스닥 업체 J사도 자기자본의 76.29%에 해당하는 200억원을 K씨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K씨에게 물린 돈이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지금 K씨를 쫓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