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獨·佛…들고일어난 勞…유럽 긴축 놓고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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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고강도 긴축에 불만…사르코지, 메르켈과 회담 연기유럽 주요국들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과감한 긴축정책 카드를 일제히 내놨지만 안팎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각국 정부의 잇따른 긴축 조치로 순식간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몰린 공공부문 노조를 중심으로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이 대규모 시위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 경제의 중심축인 독일과 프랑스 간에 긴축정책 수위를 둘러싼 불협화음이 불거지고,영국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공조에서 유럽대륙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덴마크 공공노조 파업…獨·伊 노조도 동참 선언
◆긴축정책 수위 놓고 흐트러진 공조지난 7일 독일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800억유로 규모 대형 긴축안을 발표하자 '긴축 처방'의 큰 틀에는 공감했던 유럽 각국에서 그 수위를 놓고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양대 축인 프랑스가 "긴축정책에서 독일을 따라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열상'을 드러냈다.
파트리크 드브지앙 프랑스 경제부양부 장관은 프랑스2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독일이 취했던 것과 같은 급속한 재정긴축 정책을 따라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의 재정적자 문제가 '상대적으로 큰' 문제이긴 하지만 독일식으로 급격하게 긴축을 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저하시키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국 간 냉기류를 반영하듯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7일 예정됐던 독일 방문을 일주일간 전격 연기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아쉽지만 프랑스와 독일 양국 정상은 아직 대화를 나눌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재정위기 대처를 위한 국제 공조에서 영국과 유럽대륙 간 협조도 원활하지 않다. 헤르만 판 롬파위 유럽연합(EU)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최근 EU 재무장관회의에서 각국이 의회에 예산안을 넘기기 전에 EU집행위와 다른 회원국에 제출,사전에 점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지만 영국은 즉각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마크 호반 영국 재무비서관은 성명을 통해 "예산안은 먼저 자국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EU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노동계,긴축정책에 시위로 맞서
유럽 각국이 공공부문 축소와 복지제도 개선을 골자로 하는 긴축안을 잇따라 발표한 가운데,'수술 대상'으로 지목된 공공부문 노조를 비롯한 유럽 노동계의 파업과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스페인과 덴마크에선 공공부문 노조가 8일 파업에 돌입했다. 250만명의 공무원이 가입하고 있는 스페인 양대 노총의 파업으로 공립학교와 공공병원이 상당수 문을 닫았고 초고속 열차 운행이 크게 지연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덴마크에서도 실업수당 지급기간 축소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긴축안에 항의하는 최대 8만여명 규모의 시위가 코펜하겐에서 벌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긴축정책으로 1만5000여개 공공부문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독일도 공공노조연맹인 베르디가 오는 12일 베를린과 슈투트가르트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금속산업 산별노조인 IG메탈도 "긴축안이 불공정하다"며 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독일에선 산업계도 긴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델스블라트는 "대형 에너지기업 RWE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까지 기업들에 대한 세금 지원을 철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책을 '길을 잃은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노동계도 12일 로마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했고,프랑스와 포르투갈 노조들도 정부의 긴축안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