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tory] 명화금속‥쇠 뚫는 나사 60년 외길…연 75억개 생산 세계최대업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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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화공단 정왕천 부근에 있는 명화금속.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초여름 열기가 내부로 유입돼 공장 안은 후끈 달아오른다. 조금만 돌아다녀도 땀에 흠뻑 젖는다. 작업복을 입고 이곳을 누비는 70대 중반의 기술자가 있다.
임정환 명화금속 사장(74).그는 60년 동안 이 차림이다. 남들이 중학교에 다닐 나이인 14세에 그는 중학교 대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철공소에 입사했다. 충남 홍성의 땅 한 뙈기 없는 빈농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가족 부양이라는 의무를 짊어져야만 했다. 지금의 김안과병원 옆에 있는 철공소에서 쇠를 깎고 다듬는 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6명의 어린 동생을 먹여살리고 교육시키기 위해 선반공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서 깡통과 나사 등 금속제품을 가공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공부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인근의 영도중학교 야간 과정을 다녔고,동양공고 야간 과정을 졸업한 뒤 서울물리사범대학(현 명지대) 야간과정을 다녔다. 초등학교를 제외하곤 한번도 낮에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다.
◆'건축공사 혁명' 나선형 직결나사 개발그로부터 60년 동안 그는 작업복을 벗은 적이 없다. 휴일에도 어김없이 공장을 돌아본다. "공장을 둘러볼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철공소에서 일을 배운 뒤 25세인 1961년 인근 당산동에서 직원 6명으로 창업한 이후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첫째,이 회사는 세계 최대 직결나사업체다. 직결나사는 쇠를 뚫는 나사다. 비결은 끝부분의 열처리와 나선형 설계에 있다. 열처리를 통해 나사 끝날이 기존 금속보다 수백배 강해진다. 나선형 골은 쇳밥이 순조롭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나선형 디자인은 임 사장이 고안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 개발해 사용해 온 직결나사들은 직선형이어서 쇳밥이 제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빠른 속도로 나사를 박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나선형 제품은 손쉽게 쇳밥이 빠져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직결나사 생산량은 국내 60억여개,중국(단둥 및 상하이 공장) 15억여개 등 연 75억여개에 이른다.
이 나사는 건축공사에 혁명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컨대 공장 건물을 지을 때 과거에는 H빔과 패널 사이에 중간재를 대고 이들에 모두 구멍을 낸 뒤 볼트와 너트로 조립했다. 그러나 직결나사가 나온 뒤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H빔과 패널을 그대로 댄 채 나사로 두르륵 박으면 끝이다. 중간재도 필요없다. 구멍을 미리 뚫을 필요도 없다. 공정이 절반 이하로 대폭 단축됐다. 인력 절감 등 다양한 부대효과도 있다. 임 사장은 "직결나사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등 30여개국에 수출되며 연간 수출액은 약 300만달러로 연간 매출액 350억여원의 1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둘째,임 사장이 등록한 지식재산권은 200여건에 달한다. 거의 대부분 나사와 나사 생산 기계에 관한 것이다. 블라인드 리벳도 임 사장이 개발했다. 리벳은 강철판 · 형강(形鋼) 등의 금속재료를 영구적으로 결합하는 데 사용되는 막대 모양의 기계요소다. 강철판을 포갠 뒤 구멍에 리벳을 꽂고,머리부분을 해머 등으로 두들겨 금속재료를 잇도록 하는 데 쓰인다. 보통의 리벳은 리벳을 끼운 뒤 안쪽에서 해머 등으로 내려쳐야 하는데 이 회사의 리벳 속에는 못이 박혀 있어 이를 뒤에서 잡아당기면 바로 접합된다. 이미 완성된 기계나 철강제품의 내부를 뜯지 않고도 마지막 리벳작업을 할 수 있어 간편하다.
셋째,그가 개발한 나사 만드는 기계는 생산능력이 경쟁국 제품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임 사장은 "일본 · 대만산 기계에 비해 생산성이 4~5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일일이 아이디어를 내 개량해 선보인 기계들이다. ◆세계 제패한 기술개발 비결은 '메모'
임 사장의 기술개발 비결은 뜻밖에도 매우 평범하다. 그는 메모광이다. 언제 어디서나 종이에 볼펜으로 메모를 한다. 주머니 속에는 항상 작은 수첩이나 꼬깃꼬깃한 종이와 볼펜이 들어 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낚시다. 회사 근처에 있는 시흥시의 물왕저수지가 그의 휴식처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머리를 식히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지를 꺼내 적는다. 잠잘 때 머리맡에도 메모지가 있다. 그런 뒤 회사에 와서는 노트에 이를 옮겨 적는다. 이게 아이디어의 산실(産室)이고 발명의 샘터다. 이런 노트가 사무실 서재에 100권이 넘는다.
발명특허를 얻은 '블라인드 리벳'도 낚싯바늘의 원리에서 나왔다. 고기가 물면 손으로 살짝 당겨주기만 해도 낚싯바늘이 입에 걸리듯 리벳을 구멍 속에 넣은 뒤 가운데 중심뼈대 역할을 하는 못을 당겨주면 리벳의 머리가 압축되면서 양쪽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일류상품,신한국인상,기술혁신장려상,신기술인증,수출유망중소기업,산업포장 등 수많은 포상과 인증 및 훈장을 받았다. 이런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에 나서는 한편 중국 단둥과 상하이에 공장을 세워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스스로 '10계명'을 만들어 지켜왔다. '어음거래를 하지 말자,고스톱을 치지 말자,노래방에 가지 말자,2차 가지 말자,동업하지 말자,성과급제를 도입하자,일 더하기 운동을 하자,부채 없는 회사를 만들자,투자설비는 24시간 가동하자,경쟁력을 항상 확인하자' 등이다.
한마디로 한눈팔지 말고 기업만을 생각하자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던 10대 중반부터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잠밖에 없다며 하루에 4시간만 잠을 잤다. 그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눈팔지 말고 기업만 생각하자" 10계명
사회생활 60년,창업 50년째를 맞은 명화금속의 임 사장은 여전히 현역이다. 그는 "언제까지 현장을 지키실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음대로 생각하시라"고 웃음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주변에선 "건강이 허락하는 한 100세까지도 현장을 둘러보실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현장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희수(喜壽)를 눈앞에 두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충남 당진에 5만3000㎡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에도 2개의 공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건설 제조 등 각 분야의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게 분명하고,나사 수요도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사장에게 나사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자식처럼 소중한 존재다. 자신이 직접 낳았고 이를 통해 동생들을 키웠으며,지금은 200여명의 종업원과 협력업체 근로자 및 그들의 가족 등 1000여명을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조업 분야에서 할 일이 태산 같다"며 "관광 레저나 다른 산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부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년 동안 제조 현장을 지켜온 원로 중소기업인의 눈에 지금 사회는 나사가 약간 풀린 상태처럼 보이는 듯하다. 그의 육성을 정책 당국이 얼마나 귀기울여 들을지 궁금하다.
nhk@hankyung.com
임정환 명화금속 사장(74).그는 60년 동안 이 차림이다. 남들이 중학교에 다닐 나이인 14세에 그는 중학교 대신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철공소에 입사했다. 충남 홍성의 땅 한 뙈기 없는 빈농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가족 부양이라는 의무를 짊어져야만 했다. 지금의 김안과병원 옆에 있는 철공소에서 쇠를 깎고 다듬는 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6명의 어린 동생을 먹여살리고 교육시키기 위해 선반공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곳에서 깡통과 나사 등 금속제품을 가공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공부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인근의 영도중학교 야간 과정을 다녔고,동양공고 야간 과정을 졸업한 뒤 서울물리사범대학(현 명지대) 야간과정을 다녔다. 초등학교를 제외하곤 한번도 낮에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다.
◆'건축공사 혁명' 나선형 직결나사 개발그로부터 60년 동안 그는 작업복을 벗은 적이 없다. 휴일에도 어김없이 공장을 돌아본다. "공장을 둘러볼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철공소에서 일을 배운 뒤 25세인 1961년 인근 당산동에서 직원 6명으로 창업한 이후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첫째,이 회사는 세계 최대 직결나사업체다. 직결나사는 쇠를 뚫는 나사다. 비결은 끝부분의 열처리와 나선형 설계에 있다. 열처리를 통해 나사 끝날이 기존 금속보다 수백배 강해진다. 나선형 골은 쇳밥이 순조롭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나선형 디자인은 임 사장이 고안한 것이다. 그는 "그동안 독일 일본 미국 등에서 개발해 사용해 온 직결나사들은 직선형이어서 쇳밥이 제때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빠른 속도로 나사를 박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나선형 제품은 손쉽게 쇳밥이 빠져나온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직결나사 생산량은 국내 60억여개,중국(단둥 및 상하이 공장) 15억여개 등 연 75억여개에 이른다.
이 나사는 건축공사에 혁명을 가져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컨대 공장 건물을 지을 때 과거에는 H빔과 패널 사이에 중간재를 대고 이들에 모두 구멍을 낸 뒤 볼트와 너트로 조립했다. 그러나 직결나사가 나온 뒤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H빔과 패널을 그대로 댄 채 나사로 두르륵 박으면 끝이다. 중간재도 필요없다. 구멍을 미리 뚫을 필요도 없다. 공정이 절반 이하로 대폭 단축됐다. 인력 절감 등 다양한 부대효과도 있다. 임 사장은 "직결나사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프랑스 호주 등 30여개국에 수출되며 연간 수출액은 약 300만달러로 연간 매출액 350억여원의 1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둘째,임 사장이 등록한 지식재산권은 200여건에 달한다. 거의 대부분 나사와 나사 생산 기계에 관한 것이다. 블라인드 리벳도 임 사장이 개발했다. 리벳은 강철판 · 형강(形鋼) 등의 금속재료를 영구적으로 결합하는 데 사용되는 막대 모양의 기계요소다. 강철판을 포갠 뒤 구멍에 리벳을 꽂고,머리부분을 해머 등으로 두들겨 금속재료를 잇도록 하는 데 쓰인다. 보통의 리벳은 리벳을 끼운 뒤 안쪽에서 해머 등으로 내려쳐야 하는데 이 회사의 리벳 속에는 못이 박혀 있어 이를 뒤에서 잡아당기면 바로 접합된다. 이미 완성된 기계나 철강제품의 내부를 뜯지 않고도 마지막 리벳작업을 할 수 있어 간편하다.
셋째,그가 개발한 나사 만드는 기계는 생산능력이 경쟁국 제품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임 사장은 "일본 · 대만산 기계에 비해 생산성이 4~5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일일이 아이디어를 내 개량해 선보인 기계들이다. ◆세계 제패한 기술개발 비결은 '메모'
임 사장의 기술개발 비결은 뜻밖에도 매우 평범하다. 그는 메모광이다. 언제 어디서나 종이에 볼펜으로 메모를 한다. 주머니 속에는 항상 작은 수첩이나 꼬깃꼬깃한 종이와 볼펜이 들어 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낚시다. 회사 근처에 있는 시흥시의 물왕저수지가 그의 휴식처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머리를 식히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지를 꺼내 적는다. 잠잘 때 머리맡에도 메모지가 있다. 그런 뒤 회사에 와서는 노트에 이를 옮겨 적는다. 이게 아이디어의 산실(産室)이고 발명의 샘터다. 이런 노트가 사무실 서재에 100권이 넘는다.
발명특허를 얻은 '블라인드 리벳'도 낚싯바늘의 원리에서 나왔다. 고기가 물면 손으로 살짝 당겨주기만 해도 낚싯바늘이 입에 걸리듯 리벳을 구멍 속에 넣은 뒤 가운데 중심뼈대 역할을 하는 못을 당겨주면 리벳의 머리가 압축되면서 양쪽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일류상품,신한국인상,기술혁신장려상,신기술인증,수출유망중소기업,산업포장 등 수많은 포상과 인증 및 훈장을 받았다. 이런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해외수출에 나서는 한편 중국 단둥과 상하이에 공장을 세워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스스로 '10계명'을 만들어 지켜왔다. '어음거래를 하지 말자,고스톱을 치지 말자,노래방에 가지 말자,2차 가지 말자,동업하지 말자,성과급제를 도입하자,일 더하기 운동을 하자,부채 없는 회사를 만들자,투자설비는 24시간 가동하자,경쟁력을 항상 확인하자' 등이다.
한마디로 한눈팔지 말고 기업만을 생각하자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던 10대 중반부터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잠밖에 없다며 하루에 4시간만 잠을 잤다. 그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눈팔지 말고 기업만 생각하자" 10계명
사회생활 60년,창업 50년째를 맞은 명화금속의 임 사장은 여전히 현역이다. 그는 "언제까지 현장을 지키실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음대로 생각하시라"고 웃음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주변에선 "건강이 허락하는 한 100세까지도 현장을 둘러보실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현장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희수(喜壽)를 눈앞에 두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충남 당진에 5만3000㎡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에도 2개의 공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건설 제조 등 각 분야의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게 분명하고,나사 수요도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사장에게 나사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자식처럼 소중한 존재다. 자신이 직접 낳았고 이를 통해 동생들을 키웠으며,지금은 200여명의 종업원과 협력업체 근로자 및 그들의 가족 등 1000여명을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조업 분야에서 할 일이 태산 같다"며 "관광 레저나 다른 산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부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년 동안 제조 현장을 지켜온 원로 중소기업인의 눈에 지금 사회는 나사가 약간 풀린 상태처럼 보이는 듯하다. 그의 육성을 정책 당국이 얼마나 귀기울여 들을지 궁금하다.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