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공중폭발'] 이륙 137초만에 폭발…잔해 470km 남쪽 바다에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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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원인은한국의 첫 우주로켓 나로호(KSLV-1)가 10일 발사 직후 통신이 두절되는 동시에 폭발하면서 역사적인 두 번째 발사도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나로호는 발사 직후 137초께인 고도 70~80㎞ 지점 부근에서 나로우주센터와 통신이 두절되며 폭발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 중 확실한 것은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1단이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폭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 · 러 실패조사위원회(FRB)가 정확한 원인 규명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1단 폭발의 원인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왜 폭발했나
나로호는 발사 215초 후 고도 177㎞ 지점에서 페어링이 분리돼야 하지만 페어링 분리 전에 통신이 두절됐다. 대기권을 돌파하기 전 각종 압력 등으로 인한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위성을 보호하는 것이 페어링이다. 즉 나로호가 페어링 분리 전인 137초 만에 폭발했다는 것은 1단이 물리적으로 이 환경을 버텨내지 못했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 나로호는 원래 229초 뒤 193㎞ 상공에서 1단 로켓이 작동을 멈추고 1 · 2단이 분리되게 설계돼 있다. 둘째로 1단이 제대로 된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소규모 폭발을 일으키며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나로호 상단에 탑재된 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으로 볼 때 나로호에서 폭발이 일어난 게 확실하다. 그러나 이것이 대규모인지,소규모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항우연에 따르면 나로호의 잔해는 북위 약 30도,동경 약 128도 지점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은 제주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로부터 약 470㎞ 떨어진 곳이다. 한 · 러 연구진은 이날 오후 6시30분 첫 회의를 열어 나로호 비행상태 분석작업에 착수했으며 향후 2~3차례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나로호 제작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1단 엔진이 불완전 연소하다 꺼져버려 추력을 잃고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로호는 고도와 궤도별로 우주 공간의 압력과 물질에 대한 저항을 이겨내야 하는 추력이 정해져 있다. 이를 테면 발사 후 540초인 위성궤도 진입시점에서 나로호가 초속 8㎞의 추력을 얻지 못하면 위성은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떨어진다. 전날 발사대시스템 윗단과 로켓 밑단까지 흥건하게 터져나온 소화용액이 1단에 물리화학적 타격을 가했을 수도 있다.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한 · 러전문가 검토 결과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발사대시스템과 로켓이 극히 민감한 거대설비임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나로호관리위원회(위원장 김중현 교과부 2차관) 등은 무리한 발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발사체의 비행 궤적을 최대 3000㎞까지 추적할 수 있는 나로우주센터 · 제주추적소 추적레이더 2기와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가 나로호 궤적을 제대로 쫓지 못한 것도 의문이다. 1단 텔레메트리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통신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광학센서를 통해 로켓 비행자세 영상정보를 얻고 이를 발사통제동으로 전송하는 광학장비동만 그나마 제 역할을 해 폭발사실을 확인했다. 상단 구조체 밑에 1단을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가 어둠 속에서 갑자기 한줄기 섬광을 내고 꺼지는 영상을 전송해왔기 때문이다.
◆발사까지는 순조로웠는데…전날 소화장비 오작동 문제를 밤샘 작업을 통해 해결한 항공우주연구원은 10일 오전 10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날 발사를 확정했다.
나로호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연료와 산화제 주입까지는 모두 순조롭게 마쳤다. 12시30분께는 발사대 주변 연구인력에 대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소개령이 내려졌다. 공군 F-15K 전투기는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나로우주센터 상공을 날며 로켓 진행을 방해할지도 모르는 구름 두께 등 기상 상황을 측정해 항우연으로 전송했다. 오후 2시20분께 산화제 냉각시스템이 완료되고 1단 로켓 산화제 탱크 냉각이 시작됐다. 발사 3.8초 전 1단 엔진이 점화되고 추력이 142t에 이르자 나로호는 굉음과 거대한 화염을 내뿜으며 5시1분에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창공으로 솟구친 나로호는 1분여 만에 육안에서 사라졌다.
외나로도(고흥)=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