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식물인간 상태, 시효 지나도 보험금 지급해야"

[한경닷컴] 교통사고 피해자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제때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했더라도 보험사는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식물인간 상태인 이모씨가 후견인인 부인 김모씨를 통해 H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재판부는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만,이씨는 보험금청구권이 발생한 교통사고 자체에 의해 심신상실 상태에 빠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H사는 이씨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 두 차례에 걸쳐 이씨 아버지 등에게 보험금을 일부 지급해 이씨 측이 굳이 법적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믿게 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97년 10월 H사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뒤 1998년 6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2006년 대리인을 내세워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다.1·2심은 “이씨의 청구권은 2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됐지만 보험사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H사는 이씨에게 41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