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동시장 대전환] (3)·끝 中企 "임금 부담" 脫중국…대기업 "내수 확대" 부푼 기대

(3)·끝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
달러기준 임금 4년새 3배 '껑충'…칭다오 기업들 동남아·내륙行
생산성제고 위해 셀방식 도입…현대차 "중형세단 판매 늘것"
중국 내 인건비 급등은 한국 업체들에도 폭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내 최대 진출지역인 칭다오에선 중소기업들의 탈출이 시작됐다. 인건비 급등과 인력난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임금 인상 관련 파업 등의 여파로 앞으로 임금이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이런 현상이 내수 확대로 이어져 중국 내 판매 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떠나는 중소기업칭다오는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이 가장 많은 약 4000개가 모여 있는 곳이다. 칭다오 시정부는 2008년 이후 외국기업 투자 관련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몇 개 업체가 떠났는지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칭다오 현지 한국업계와 칭다오한인회 등은 한국 기업 가운데 최근 3년 새 15%가량(업체 수로는 약 600개로 추산)이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지로 이전했으며 일부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내륙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로 액세서리 가방 피혁 봉제 등 노동집약적인 분야다. 같은 업종에서도 일부 업체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떠나는 등 극심한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지 10년 된 봉제업체 L 사장은 "이들 기업은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를 전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칭다오 지역의 최저 임금은 2001년 370위안에서 2008년 760위안(약 14만원)으로 7년 새 2배가량 올랐다. 정성진 칭다오중소기업지원센터 소장은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로 최저임금을 조정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14.5%가량 올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들이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실질임금은 월평균 2000위안(약 37만원,잔업수당 포함)으로 최저임금의 약 2.6배에 이르고 있다. 액세서리업체인 칭다오보우공예품유한공사의 김춘종 대표는 "임금이 최근 4년 새 1000위안에서 2000위안으로 올랐다"며 "그동안의 위안화 절상을 감안하면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임금은 4년 새 3배 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 지속될 경우 5년 뒤에도 이곳에서 액세서리사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칭다오판코의류도 4년 새 임금이 거의 2배로 올랐다. 이 회사의 한철준 이사는 "유니클로 등 일본과 한국 업체로부터의 오더는 얼마든지 있지만 인건비 급등과 인력난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한 이사는 "종업원 한 사람에게 드는 비용은 급여와 5대 보험을 포함해 월평균 246달러(약 31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셀방식 등 노동생산성 제고 나서전자부품업체 칭다오유양통신은 인건비 급등과 인력난 문제 해소를 위해 노동생산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LCD-TV와 PDP-TV에 들어가는 전원 공급 장치인 파워서플라이와 하이브리드 IC 등을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종업원을 최근 750명에서 620명으로 줄였다. 대신에 노동생산성을 높였다. 아울러 기존의 컨베이어 생산방식을 셀(cell)방식으로 바꿀 계획이다. 셀방식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작업을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기법이다. 이 회사의 김홍식 회장은 "이런 활동을 안 하면 인건비 급등과 인력난을 견디지 못한다"고 말했다.

칭다오를 떠나는 업체도 많지만 액세서리 봉제 등 일부 업종은 동남아로 떠났다가 다시 칭다오로 유턴하는 현상도 생기고 있다. 칭다오에서 봉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동철 사장은 "동남아는 원부자재를 구하기 힘들고 연관 산업도 발전하지 않아 제품 생산에 애를 먹는다"며 "바이어들도 칭다오로 몰리기 때문에 '그래도 칭다오'라며 돌아오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대기업 '내수 시장 확대 좋은 기회'중국 진출 대기업들은 최근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임금 상승이 소비시장 확대로 연결돼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은 생산 기지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9% 이상으로 예측되며 내수 확대 정책이 실시되고 있어 IT업계로선 전략시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연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 · 기아자동차는 소비자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 차량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위에둥(중국형 아반떼) 링위(중국형 EF쏘나타) 링샹(중국형 NF쏘나타),기아차는 쎄라토 포르테 등 중국형 모델을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데,이 중 판매마진이 큰 링위나 링샹과 같은 중형 세단 판매가 중 · 장기적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복선 KOTRA 중국조사담당관(부장)은 "임금이 올라가면 구매력이 높아져 내수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제조업체들로선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들은 비상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칭다오=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