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롯데 '인천공항 면세점 싸움' 법정으로

신라 "롯데 인수 AK 영업금지를" 가처분 신청
롯데 "면밀히 검토 후 대응"
호텔신라가 '호텔롯데에서 인수한 AK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영업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2007년 인천공항공사가 공항 면세사업자 입찰 조건으로 내건 '동일 그룹 계열사의 중복 입찰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라이벌인 호텔신라와 호텔롯데가 인천공항내 면세점 운영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맞붙은 셈이다.

호텔신라는 11일 호텔롯데 및 롯데DF글로벌(옛 AK면세점)을 상대로 인천공항내 영업을 금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호텔롯데는 작년 12월 AK면세점 지분 81%를 800억원에 사들인 뒤 최근 사명을 롯데DF글로벌로 바꿨다. 호텔신라는 신청서에서 "롯데DF글로벌의 최대주주가 호텔롯데인 만큼 사실상 같은 그룹의 2개 사업자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사업을 벌이는 셈"이라며 "이는 담합을 막고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동일 기업집단에 복수의 사업권을 주지 않는다'는 인천공항공사의 면세 사업자 입찰조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2007년 면세점 입찰 요강을 내걸면서 '동일 그룹내에선 1개 기업만 입찰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예컨대 같은 그룹 계열사들이 높은 입찰가를 제시했다는 이유로 사업권을 무더기로 줄 경우 '사실상의 독점'에 따른 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호텔롯데가 AK면세점을 인수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이 같은 원칙이 깨졌다는 것이 호텔신라의 주장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호텔신라(38.3%)에 이어 37.2%로 점유율 2위를 기록했던 호텔롯데는 AK면세점(13.9%) 인수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가 됐다. 뿐만 아니라 호텔롯데가 운영하던 담배 · 주류 사업에 이어 AK면세점이 운영하던 화장품 · 향수 매장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인천공항공사는 매장배치 효율화를 위해 호텔롯데에는 담배 · 주류 사업권을 독점적으로 줬으며,이보다 시장규모가 큰 화장품 · 향수 사업권은 호텔신라와 AK면세점에 나눠줬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AK면세점의 사업권을 회수한 뒤 제3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재입찰을 하거나 계약만료 시점인 2013년까지 롯데DF글로벌의 영업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게 되면 롯데 측이 AK면세점을 인수한 의미가 없어지는 만큼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호텔롯데 관계자는 "'동일인 중복사업자 낙찰금지조항'은 입찰요강에 적힌 문구일 뿐 법적인 구속력은 전혀 없다"며 "가처분 신청서를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임도원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