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갑 닫는 美 소비자…더블딥 우려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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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매 판매 1.2% 줄어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다시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는 미국 경제성장의 7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미 경제 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8개월래 최대폭 감소
12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백화점,레스토랑,주유소 등의 5월 소매판매가 전달에 비해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가 2.2% 감소한 2009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0.2% 증가였다. 남유럽 국가 채무 위기가 불거진 데다 5월 중 민간 고용 증가가 4만1000명에 불과해 경기 회복 전망이 어두워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하반기에 소진될 것이란 우려도 경기 회복 불안감을 키웠다.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홈데포와 로우스 등의 5월 매출은 전달에 비해 9% 급감했다. 3,4월 증가세를 보였던 자동차 판매도 1.7% 하락했고 주유소 기름 판매도 3.3% 감소했다.
데이비드 그린러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소매 판매 실적을 감안해 2분기 미 국내총생산 증가율 전망치를 4%에서 3.8% 수준으로 낮췄다. 그러나 시간당 임금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소매판매 증가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면 기업들의 투자 감소와 함께 소비가 줄어 미국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1%를 기록,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는 등 최근 들어 주요 선진국에서 물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앨런 러스킨 RBS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매판매 지표는 성장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미 경제의 회복이 기대 이하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며 "다음 분기 성장률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