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로봇설,그리스 잔디남...월드컵 '말말말'

[한경닷컴] 그리스에 2대0 완승을 거둔 12일 밤 인터넷도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네티즌들은 이정수가 전반 7분에,등번호 7번인 박지성이 후반 7분에 골을 넣었다며 이날을 ‘럭키 세븐 데이’로 이름 붙이고 자축했다.또 각자 나름의 경기 분석과 경기 장면을 이용한 패러디물 등을 올리며 ‘승리의 토요일’을 즐겼다.

◆“차두리는 차범근이 조종하는 로봇”이날 골을 넣은 이정수,박지성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인물은 차두리였다.그리스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돌파력과 체력을 과시한 그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이른바 ‘차두리 로봇설(說)’이 네티즌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네티즌 수사대가 제시하는 ‘정황 증거’는 다양하다.우선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거의 알려진 것이 없고,언론에 보도된 사진들을 보면 아무리 훈련이 고되고 힘들어도 그는 항상 웃고 있다.또 차두리가 볼을 잡으면 해설자인 차범근 전 감독이 유난히 말을 아끼고 조용해지는 것을 두고 네티즌들은 “리모컨으로 차두리를 조종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다.그가 까까머리를 고수하는 것은 태양열을 흡수해 전력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차두리의 유니폼을 놓고도 재미난 해석이 많다.이미 2002년부터 ‘D R CHA’는 “닥터 차(차 박사)가 만든 로봇임을 표시한 것”이라는 농담이 계속 나왔었다.네티즌들은 차두리의 등번호가 11번이었던 2006년 독일 월드컵때는 이 숫자가 ‘콘센트 구멍’이라고 주장했었고,이번 월드컵에서 등번호가 22번으로 바뀌자 “220볼트 전기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해석하는 재치를 보였다.

◆그리스 잔디남,구제금융의 저주…그리스의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는 ‘그리스 잔디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경기장에 드러누웠다가 일어난 뒤 엉망이 된 그라운드의 잔디를 손으로 꾹꾹 눌러 정리정돈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패인 잔디를 방치하면 다른 선수들이 달리다가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네티즌들은 카추라니스 선수를 ‘지중해의 신사’ ‘훈훈한 매너남’ ‘친환경 미드필더’라며 치켜세웠고 이 장면을 컴퓨터 배경화면(월페이퍼)으로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



한편 그리스가 첫 경기에서 패하면서 ‘구제금융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그리스와 한국,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 등 B조 국가들은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구제금융 문턱까지 갔던 공통점이 있어 개막 전부터 ‘Bail-out 조’라는 우스개가 나왔다.특히 경제위기 후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어 그리스의 기록에도 관심이 쏠렸었다.

일본 언론들은 골을 기록한 이정수,박지성이 모두 일본 프로리그인 J-리그 출신이라며 새삼스레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거리응원 때마다 인터넷을 달궜던 ‘월드컵 미녀’는 이번 그리스전에선 탄생하지 않았다.비오는 날이라 인파가 상대적으로 적었고,연예인 데뷔를 목적으로 이를 이용한 전례도 많아 네티즌들의 거부감이 높아진 탓으로 보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