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돈 된다…CJㆍ오리온ㆍ롯데 잇따라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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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지역업체와 OEM 계약 판매CJ제일제당이 다음 달 국내 막걸리 시장에 진출한다. 전주생막걸리 등 지역 막걸리 업체와 유통대행 계약을 맺고 이들 막걸리의 국내 및 해외 판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재 수출만 대행하고 있거나 추진 중인 진로와 롯데 등도 국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돼 서울탁주와 국순당 등 양강 체제이던 국내 막걸리 시장이 개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농심ㆍ샘표식품도 진입 서둘러
서울탁주ㆍ국순당 양강체제 변화
CJ제일제당 관계자는 14일 "지역별 대표 막걸리 업체 3~4곳과 유통대행 계약을 맺는 방안을 추진해왔다"며 "현재 막바지 협상단계여서 이르면 내달 중으로 막걸리를 시장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 막걸리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전주생막걸리와 전주모주 등을 만드는 ㈜전주주조다. 전주지역 막걸리업체 18곳이 1970년 통합돼 만들어진 전주주조는 지난해 50억원을 투입해 제2공장을 만들면서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30억원가량이며 올해 10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막걸리 유통을 위해 지난 5월 국세청으로부터 '특수주류판매업' 면허를 받았다.
이 회사는 유통기한이 10일밖에 안돼 전국유통이 어려운 지역 막걸리를 자사의 콜드체인시스템(냉장유통시스템)을 활용해 전국에서 팔겠다는 전략이다. 또 올해 출시한 글로벌 비빔밥전문점 체인 '비비고(bibigo)' 등을 통해 해외에서 유통시킬 계획이다. CJ가 막걸리 시장에 뛰어듦에 따라 시장 재편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2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막걸리 시장은 그 동안 사실상 서울탁주와 국순당의 독무대였다. 전국 533개에 달하는 지역 업체들은 영세해 전국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진로는 지난 3월부터 포천 상신주가로부터 '진로 막걸리'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아 일본 등지에 수출만 하고 있으며,롯데주류도 서울탁주의 살균막걸리인 '월매막걸리'의 일본 수출대행을 추진하고 있다. CJ의 진출에 따라 진로와 롯데주류도 국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최근 자회사인 미디어플렉스를 통해 참살이탁주 지분 60%를 인수한 오리온도 본격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농심 샘표식품 등 올해 '주류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업체들도 진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순당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순당은 올 1분기에 1470만병이 넘는 막걸리를 팔아 105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방 막걸리 업체는 영세한 곳이 많아 제조기술은 있지만 마케팅이나 전국 판매는 불가능했다"며 "대기업이 진출하면 이 같은 단점을 보완, 막걸리 산업에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기업이 막걸리 제조까지 진출할 경우 영세 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막걸리 시장은 지난해 4200억원 대로 커진 데 이어 올해도 30.9% 늘어난 5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고,2012년에는 1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