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Trend] 경영노트‥'어제의 성공' 에 빠졌던 파나소닉…'내일의 성공패턴' 찾아낸 인텔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
기업경영의 세계에서는 '성공의 복수'라는 말을 종종 쓴다. 과거에 한번 성공했던 패턴이 있으면 이후에도 같은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이나 조건이 바뀌면 과거의 성공 패턴이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만,기업들은 계속해서 과거의 패턴을 되풀이하려는 경향이 있다.

간단한 '성공의 복수' 사례를 한번 들어보자.기업이 한창 상승 국면에 있을 때는 각종 미디어들이 그 기업을 앞다퉈 보도한다. 이런 효과로 기업 실적은 더욱 개선된다. 그러나 일단 그 기업이 하향 국면에 들어서면 미디어는 그 기업을 혹평하고,실적은 급작스레 나빠진다. 미디어에 의한 '악의 없는 성공의 복수'다. 제품가격을 대폭 인하한 기업이 있다고 치자.이 기업은 초반에는 매출이 확 늘고 이익도 증가하지만 곧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을 겪는다. 이런 것은 '시장으로부터의 성공의 복수'라고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 체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일본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의 용도가 변하는 상황에서도 '20년 이상을 보증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착해 한국 기업에 시장을 빼앗긴 경험(이노베이션 딜레마)을 대표적인 '성공의 복수'로 이해하고 있다.

파나소닉 냉장고의 사례도 있다. 일본에서 냉장고 문이 여럿 달린 파나소닉 냉장고는 인기가 많다. 자신감을 얻은 파나소닉은 유럽 시장에 문이 6개나 달린 냉장고를 출시했다. 하지만 유럽 바이어들은 "문은 두 개면 충분하다"며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과거의 성공에 집착해 변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파나소닉은 이후 유럽인들의 기호에 맞는 다른 디자인 제품을 출시해 히트시켰다. 과거의 성공으로부터 복수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성공패턴에는 탄생 · 성장 · 성숙 · 쇠퇴의 발전 단계가 있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 내에서 생겨난 아이디어를 실천해 보고 수정하는 동안 성공 패턴이 생겨난다(탄생).기업은 이렇게 발견한 패턴을 추진해 경쟁 우위를 실현하지만(성장),이는 결국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를 맞는다. 따라서 기존의 성공 패턴이 쇠퇴하기 전에 새로운 성공패턴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성공패턴의 세대교체를 잘 해나가는 기업이 인텔이다. 1970년 세계 최초로 D램을 개발해 대성공을 거두지만,일본 기업들에 경쟁력을 빼앗기자 1985년 D램 사업에서 철수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마이크로 프로세서 사업을 병행해 1981년 IBM의 초대 PC에 이 제품을 넣는데 성공했고,1985년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인텔의 핵심사업'이라고 선언할 수 있었다. 2003년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칩셋,무선통신용 반도체를 결합한 PC용 플랫폼 '센토리노'를 성공시켜 유저 지향의 플랫폼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인텔의 놀라운 점은 새로운 성공패턴을 다른 기업과의 인수 · 합병(M&A)이 아니라 자기 조직 내에서 스스로 발견해낸다는 점이다. 새 성공패턴의 씨앗은 조직 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다. 성공의 복수를 당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우리 기업들에 일본의 사례는 '자기혁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특히 조직 행동과 성과 사이에 격차가 있을 때는 기존 성공패턴을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기존 질서를 과감히 해체하고,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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