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자산운용사 CEO에게 듣는다①]이상진 "아시아 역내 최고 가치株 명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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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역내 최고 가치주(株) 명가를 만들겠습니다"
현역 최고령 펀드매니저로 신영자산운용 CEO(최고경영자)에 등극한 이상진 사장(55·사진)은 단호한 어조로 자신감을 내보였다.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치주 펀드의 산파 역할을 해온 이 사장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성장형 펀드보다 가치주 펀드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신영증권 국제부·인수공모부, 슈로더증권을 거쳐 1996년부터 신영자산운용 임원으로 재직해 왔다.
이 사장은 대한민국 가치투자 명가로 자리매김한 신영자산운용의 설립멤버로 14년 간 회사의 가치투자 철학을 정립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펀드로는 가치주 펀드의 대명사인 신영마라톤과 밸류고배당펀드가 있다.<한경닷컴>은 15일 이 사장을 만나 신영자산운용의 새 수장으로서의 각오와 포부를 들어봤다.
◆ "변하지 않는 가치를 마지막까지 쫓겠습니다"
이 사장은 2002년 신영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신영마라톤'펀드를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과 함께 만들어 가치주 펀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마라톤펀드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254.04%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3.98%)의 세 배에 달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변하지 않는 강물처럼 가치로 성장하는 펀드를 세상 사람들은 별로 기억해 주지 않는다며 가치투자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71조원정도 됩니다. 이중 대부분이 단기 수익률을 쫓는 성장형 펀드고 가치주 펀드는 10% 이내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가치주 펀드가 밋밋하고 크게 못 올라간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오해에서 비롯된 겁니다. 3년정도의 장기 운용성과를 비교하면 수익률 상위 10%는 대부분 가치주 펀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영운용 사장으로 취임한 뒤 투자설명회 등 투자자와의 만남을 늘리고 있다는 이 사장은 신영마라톤펀드나 고배당펀드와 같은 가치주 펀드가 반드시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설명회에 나가 '신영마라톤은 그냥 놔두면 된다'는 말을 고객들로부터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마라톤처럼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뚜벅뚜벅 전진하는 펀드를 제대로 평가해 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리기도 하지요. 실제 마라톤펀드는 고객민원이 가장 적은 펀드이기도 합니다"
성장형 펀드가 금융위기 이후 실망을 줬지만 가치주 펀드는 그 과정에서 방어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가치주 펀드가 장기로 갈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 통계적으로 증명됐다"면서 "안전하면서도 장기로 갈수록 효자라는 점을 시장에 알리는 일에도 매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제2의 허남권 서너 명 더 만드는 게 1차 목표"
지난 4월 전무로 승진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마라톤 펀드의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신영자산운용이 안정적인 수익으로 시장의 호평을 받게한 일등공신인 셈이다.
'마라톤펀드는 알아도 신영자산운용은 모른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마라톤펀드의 브랜드 파워는 상당하다.
"지금의 신영운용을 만든 허남권 본부장과 같은 펀드매니저를 내부적으로 서너 명 더 만들어내는 것이 저의 1차 목표입니다"
과거 허남권 전무가 신영자산운용의 운용파워를 50~70%정도 점하고 있었다면 이를 좀 더 줄여주고, 그에 맞먹는 후배 펀드매니저를 양성해 내겠다는 얘기다.
외적으로는 해외진출이 목표다.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역내에서 최고 가치주 명가로 신영자산운용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3년 이내에 일본에 진출하는 꿈을 현실화시킬 계획입니다. 신영자산운용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을 바탕으로 10%대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진정한 한국형 가치주 펀드를 일본에서 팔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일본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역내 현지에서 펀드를 만들고 판매하는 원대한 꿈도 꾸고 있다고 귀띔했다.
◆ "펀드투자자들, 하반기 주식시장 잊어라"
하반기 증시 전망과 펀드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 사장은 "하반기 증시는 볼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초부터 올 주식시장에 대해 신중론을 펼쳐온 이 부사장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900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기존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기준금리와 중국의 소비증가 등을 감안하면 향후 2년이 전례없는 강세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펀드투자자들은 내년과 내후년을 보고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잊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 초저금리 상태인 만큼 상승하더라도 실질금리가 5% 미만인 저금리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를 본다면 주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시장의 작은 부침에 신경쓰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라는 권고의 메시지다.
"아울러 중국을 봐야 합니다. 중국의 임금인상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시절인 한국의 70년대와 너무 흡사한 상황입니다. 중국이 임금인상을 바탕으로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한국 차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변하지 않고 꾸준히'라는 신영자산운용의 모토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실제 이 사장은 사장실도 부사장 시절 사용하던 기존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사장실은 직원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꾸몄다.
"변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투자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공유하가 위해 판매사와 연계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교육도 과거에 비해 많이 가질 계획입니다"'맨파워의 100%를 운용에만 집중한다'는 철학으로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온 신영자산운용이지만 이제 언론과의 접촉면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의 명가로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역내까지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이 사장의 꿈이 현실화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글=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현역 최고령 펀드매니저로 신영자산운용 CEO(최고경영자)에 등극한 이상진 사장(55·사진)은 단호한 어조로 자신감을 내보였다.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치주 펀드의 산파 역할을 해온 이 사장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성장형 펀드보다 가치주 펀드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과 신영증권 국제부·인수공모부, 슈로더증권을 거쳐 1996년부터 신영자산운용 임원으로 재직해 왔다.
이 사장은 대한민국 가치투자 명가로 자리매김한 신영자산운용의 설립멤버로 14년 간 회사의 가치투자 철학을 정립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대표펀드로는 가치주 펀드의 대명사인 신영마라톤과 밸류고배당펀드가 있다.<한경닷컴>은 15일 이 사장을 만나 신영자산운용의 새 수장으로서의 각오와 포부를 들어봤다.
◆ "변하지 않는 가치를 마지막까지 쫓겠습니다"
이 사장은 2002년 신영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신영마라톤'펀드를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과 함께 만들어 가치주 펀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마라톤펀드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254.04%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83.98%)의 세 배에 달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변하지 않는 강물처럼 가치로 성장하는 펀드를 세상 사람들은 별로 기억해 주지 않는다며 가치투자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71조원정도 됩니다. 이중 대부분이 단기 수익률을 쫓는 성장형 펀드고 가치주 펀드는 10% 이내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하지만 가치주 펀드가 밋밋하고 크게 못 올라간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오해에서 비롯된 겁니다. 3년정도의 장기 운용성과를 비교하면 수익률 상위 10%는 대부분 가치주 펀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신영운용 사장으로 취임한 뒤 투자설명회 등 투자자와의 만남을 늘리고 있다는 이 사장은 신영마라톤펀드나 고배당펀드와 같은 가치주 펀드가 반드시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설명회에 나가 '신영마라톤은 그냥 놔두면 된다'는 말을 고객들로부터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마라톤처럼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뚜벅뚜벅 전진하는 펀드를 제대로 평가해 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리기도 하지요. 실제 마라톤펀드는 고객민원이 가장 적은 펀드이기도 합니다"
성장형 펀드가 금융위기 이후 실망을 줬지만 가치주 펀드는 그 과정에서 방어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가치주 펀드가 장기로 갈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 통계적으로 증명됐다"면서 "안전하면서도 장기로 갈수록 효자라는 점을 시장에 알리는 일에도 매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제2의 허남권 서너 명 더 만드는 게 1차 목표"
지난 4월 전무로 승진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마라톤 펀드의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신영자산운용이 안정적인 수익으로 시장의 호평을 받게한 일등공신인 셈이다.
'마라톤펀드는 알아도 신영자산운용은 모른다'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마라톤펀드의 브랜드 파워는 상당하다.
"지금의 신영운용을 만든 허남권 본부장과 같은 펀드매니저를 내부적으로 서너 명 더 만들어내는 것이 저의 1차 목표입니다"
과거 허남권 전무가 신영자산운용의 운용파워를 50~70%정도 점하고 있었다면 이를 좀 더 줄여주고, 그에 맞먹는 후배 펀드매니저를 양성해 내겠다는 얘기다.
외적으로는 해외진출이 목표다.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역내에서 최고 가치주 명가로 신영자산운용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
"3년 이내에 일본에 진출하는 꿈을 현실화시킬 계획입니다. 신영자산운용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 주식시장을 바탕으로 10%대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진정한 한국형 가치주 펀드를 일본에서 팔아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사장은 일본 뿐만 아니라 아시아 역내 현지에서 펀드를 만들고 판매하는 원대한 꿈도 꾸고 있다고 귀띔했다.
◆ "펀드투자자들, 하반기 주식시장 잊어라"
하반기 증시 전망과 펀드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이 사장은 "하반기 증시는 볼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연초부터 올 주식시장에 대해 신중론을 펼쳐온 이 부사장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900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기존 의견을 유지했다.
다만 기준금리와 중국의 소비증가 등을 감안하면 향후 2년이 전례없는 강세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펀드투자자들은 내년과 내후년을 보고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잊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 초저금리 상태인 만큼 상승하더라도 실질금리가 5% 미만인 저금리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를 본다면 주식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시장의 작은 부침에 신경쓰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라는 권고의 메시지다.
"아울러 중국을 봐야 합니다. 중국의 임금인상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시절인 한국의 70년대와 너무 흡사한 상황입니다. 중국이 임금인상을 바탕으로 소비가 본격적으로 늘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한국 차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변하지 않고 꾸준히'라는 신영자산운용의 모토를 지켜내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실제 이 사장은 사장실도 부사장 시절 사용하던 기존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사장실은 직원들을 위한 도서관으로 꾸몄다.
"변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투자에 대한 믿음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공유하가 위해 판매사와 연계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교육도 과거에 비해 많이 가질 계획입니다"'맨파워의 100%를 운용에만 집중한다'는 철학으로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온 신영자산운용이지만 이제 언론과의 접촉면도 늘리겠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의 명가로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역내까지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이 사장의 꿈이 현실화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글=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
사진=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