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경기ㆍ재정 둘 다 살려라" 세계 각국 묘안은…
입력
수정
오바마정부 'pay-go' : 재정지출 총량은 동결하지만 부양 효과 높은곳에 '밀어주기'최근 남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재정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이른바 '트리플 D',재정적자(deficit) 축소와 디플레이션(deflation) 및 더블 딥(double dip · 경기 반짝 상승 후 다시 침체) 방지 논쟁이 각국 사이에 거세게 일고 있다.
日 간시안(간총리+케인시안) : 세금ㆍ재정지출 동시에 늘려 경기회복ㆍ균형재정 '윈윈'
그리스 등 이미 재정위기에 휩싸인 유럽의 국가들은 재정적자 축소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고 국가의 역할과 재정 기능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경기 측면에서도 재정적자에 따라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해 궁극적으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디플레이션 방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들은 경기가 디플레 국면에 빠지면 가격신호 기능이 무력화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재정적자 축소책으로 경기가 실제 더블 딥에 빠지면 1930년대 대공황,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적자 문제와 관련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국가마다 당면한 경제 여건과 정책 목표에 따라 달리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경기 회복국들은 재정적자 축소에,경기침체국은 디플레 방지에,재정 건전국이라면 더블 딥 방지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에 대해 대부분 국가와 전문가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최근처럼 어느 국가든 재정적자와 경기부양 문제 양쪽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이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정책 대안이 잇따라 제시돼 주목을 끌고 있다. 하나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들고 나온 '페이-고(pay-go)' 원칙이다. 재정지출 총량은 동결하되 지출 내역에서 부양 효과가 적은 쪽은 삭감(pay)하고 그 삭감 분으로 부양 효과가 높은 쪽을 밀어(go)주면 경기가 회복되는데 누진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일수록 재정적자도 축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 클린턴 정부가 이 원칙을 강력히 추진해 물가와 재정안정 속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낳았다.
다른 하나는 지난주 출범한 일본의 간 나오토 정부가 의욕적으로 들고 나온 '간시안' 정책이다. '간시안'이란 일본 총리의 성(Kan)과 케인시안(keynesian)을 합성한 말로 세금과 재정지출을 동일한 규모로 늘리면 균형재정 승수효과로 부양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이 경우 재정수입도 증가해 재정적자까지 축소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간시안 정책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최근 거세지고 있는 '트리플 D' 논란과 관련해 한국은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재정이 건전하고 경기도 비교적 빨리 회복한 국가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는 정책 목표에 맞게 정책수단을 가져가는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권한다. 재정정책의 우선순위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간 괴리 현상이 심한 점을 시정하기 위해 체감경기를 개선하는 쪽으로 지출내역을 조정하고,통화정책은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쪽으로 맞춰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건전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