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삼광유리 '끝없는 싸움'…상표권·디자인·내열유리까지

국내 밀폐유리용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글라스락'(삼광유리)과 '락앤락'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2008년 락앤락이 삼광유리의 글라스락 광고 문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락앤락 측은 "삼광유리의 글라스락은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데도 제품에 '내열강화유리'란 표현을 써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고 있다"며 "글라스락 제품은 내열유리가 아닌 강화유리"라고 지적했다. 식약청의 기준상 '내열유리'라는 표현을 쓰려면 유리에 붕규산염이나 알루미나규산염 등의 성분이 포함돼야 하는데 글라스락 제품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락앤락은 또 '내열유리와 강화유리의 차이점'이라는 광고를 통해 글라스락 제품을 고열에서 사용할 경우 폭발이나 비산(잘게 깨져서 흩어짐)의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광유리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1월 법원에 "락앤락의 허위 · 과장 광고로 매출과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삼광유리 관계자는 "글라스락 제품은 전자레인지 안에서 120도까지 견딜 수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기관으로부터 안전성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며 "글라스락이 일반 유리보다 열에 잘 견디는 만큼 '내열'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락앤락 측이 주장하는 피해 사례 접수 건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해외에 수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해왔지만 제품 하자로 인한 피해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글라스락의 신뢰도를 떨어트리기 위해 (락앤락 측이) 피해 사례를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지난해 10월 말 1심 판결에서 "식약청의 내열유리 관련 기준과 락앤락의 주장이 일치하고 락앤락의 광고로 글라스락의 매출이 줄었다는 상관관계가 분명치 않다"며 락앤락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이달 9일 열린 2심에서도 락앤락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삼광유리 관계자는 "대법원 상고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와 별도로 학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식약청의 잘못된 내열유리 기준을 수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간의 법정싸움은 처음이 아니다. 락앤락과 삼광유리는 2006년 이래 무려 6번의 법정 공방을 벌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과 지난해 각각 락앤락과 삼광유리에 경쟁사에 대한 비방 및 허위 · 과장광고를 이유로 경고 · 과징금 등의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