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삼성전자가 펩시 출신 CMO를 영입한 까닭은…

"펩시로부터 배우는 삼성."

삼성전자는 북미법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펩시 부사장 출신의 랄프 산타나씨를 영입했다고 15일 밝혔다. 묘하게도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6월 펩시를 벤치마킹하라는 요지로 '만년 2등기업 펩시의 대변신'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1년여가 지나 이 보고서의 제안을 실행하게 된 셈이다. 미국 듀크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랄프 산타나씨는 펩시에서 16년간 잔뼈가 굵은 정통 펩시맨.펩시의 글로벌 마케팅을 진두지휘해 온 인물로 브랜드 전략과 제품전략 등을 수립했다. 특히 코카콜라와 100년 전쟁을 벌여 대패했던 펩시를 다시 일으켜세운 주역으로 꼽힌다. 콜라로 코카콜라와 순위다툼을 벌이는 전략을 과감히 접고 비탄산음료와 스낵 시장을 공략한 것.펩시는 이런 전략으로 2006년 스위스 네슬레에 이은 세계 2위권의 종합 식음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리프레시 프로젝트'로 불린 그의 마케팅 전략은 선두기업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후발주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향후 전략을 짐작케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다. 최근 아이폰에 대항할 수 있는 '갤럭시S'를 선보이긴 했지만 아직 격차가 크다. 선두 탈환을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무급으로 영입된 랄프 산타나씨에게 북미시장을 담당하는 최창수 북미총괄 부사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펩시에서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2007년에 피자헛 출신의 마케팅 인재 빌 오글씨를 휴대폰 부문 CMO로 영입해 북미시장 1위에 올랐던 경험도 이번 산타나 CMO 영입에 일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