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나온 '스폿형 상품'에 뭉칫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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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장세서 고수익 메리트목표 수익률이 달성되면 곧바로 상환되는 '스폿(Spot)펀드'가 10년 만에 자문형랩의 형태로 다시 등장했다. 증권사들이 투자자문사와 손잡고 스폿펀드의 운용 전략을 따라한 '스폿' 자문형랩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
'삼성 SMA 5호' 하루 630억 유입
박스권 장세에서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거액 자산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폿 자문형랩 규모가 커질 경우 과거 스폿펀드처럼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주 동안 8% 수익 올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브레인투자자문이 투자자문을 하는 스폿 자문형랩을 운용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6월 가장 먼저 '삼성SMA브레인스팟포트폴리오 1호'를 출시한 이후 4호까지 목표수익률(8%)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5호를 출시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7월 '부자아빠브레인어드바이스랩 1호'를 출시한 이래 1 · 2호가 목표수익률을 달성했으며 지금은 3호를 운용 중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지난 9일 '브레인플러스스팟1호'를 출시했다. 이 스폿 자문형랩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2001년 말 사라진 스폿펀드의 운용 전략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 10개 이내의 종목에 '압축투자'해 수익률이 10% 정도에 도달하면 곧바로 RP나 MMF 등 안전자산으로 전환해 1년 만기시까지 운용되는 것.
박건영 브레인 투자자문 대표는 "이번에 출시된 자문형랩들은 과거 유행했던 스폿펀드의 운용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며 "유망한 종목을 잘 선택해 시황에 따라 투자하면서 2~3주 만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적이 있으며 길어도 4개월 안에는 목표 수익률을 모두 달성했다"고 말했다.
◆시장에 혼란줄 우려도 커최근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단기간에 목표 수익률을 올려주는 스폿 자문형랩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문형랩에 가입하려면 1억원 이상의 목돈이 있어야 하지만 신규 설정을 할 때마다 수백억원의 자금이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증권은 '삼성SMA브레인스팟포트폴리오 5호'를 출시한 지 하루 만에 63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모았으며 투자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흘 만에 6호 모집에 들어간다.
1990년대 후반 유행했던 스폿펀드는 주식시장의 수급에 혼란을 주고 운용사 간에 단기 수익률 경쟁을 부추긴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금융감독원의 정책 지도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금감원도 스폿 자문형랩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폿 전략을 사용하는 자문사들이 단기간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거나 하락장에서 한꺼번에 풀었을 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