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세종시] 원안 vs 수정안…정쟁 아닌 국가대계가 선택기준 돼야

원안은 : 9부2처2청 2014년까지 이전…국가 균형발전 명목
수정안은 : 대기업·과학벨트·대학 유치…일자리 만들어 자족기능 확충
"세종시 원안은 국가정책의 신뢰에 관한 것이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 "원안의 투자규모는 8조5000억원인데 수정안은 16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어느쪽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자명하다. "(안성호 충북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회가 이번 회기에 표결 처리해 주기 바란다"고 밝힘으로써 세종시 수정이 기로에 선 가운데 충청지역에서는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세종시 문제는 정치논리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어느 쪽이 더 도움이 되는지가 선택 기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은 충남 연기 · 공주 일원의 72.9㎢(약 2200만평) 부지에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 규모의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총 사업비는 재정 8조5000억원,토지주택공사의 투자비 14조원 등 총 22조5000억원이다. 2012년 말부터 2014년까지 9부2처2청과 그 산하기관 등 36개 행정기관이 단계적으로 이전한다. 공무원 1만400명을 포함해 모두 1만2000명이 내려가게 된다.


도시구성은 전체면적 가운데 공원녹지 3859만㎡(52.9%), 공공시설 1413만㎡(19.4%) 등 공공용지가 72.3%를 차지한다. 주거용지는 1533만㎡(21.0%)이며 정부청사 · 산업단지 · 대학 · 상업업무 등 자족용지는 486만㎡(6.7%)다. 육 교수는 "중앙부처 이전이 국정운영의 비효율을 가져오는 측면이 있지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정부가 양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정안의 특혜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로 이전하려던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이전계획을 늦추거나 변경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

정부부처 이전을 전면 백지화하고 그 대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함께 대기업,대학 등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보강한다는 것이 수정안의 핵심이다. 원안대로 가면 행정기능만 있고,기업에 의한 고용창출이 없는 '유령 도시'로 전락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정안은 우선 공원녹지와 주거용지를 줄이고 기업과 대학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자족용지 비율을 원안의 6.7%에서 20.7%로 크게 늘렸다. 정부 관계자는 "원안의 자족용지 비율은 베드타운인 수도권 신도시 화성동탄의 13.8%보다 낮다"며 "원안대로 가면 고용창출이 어려워 2030년까지 인구 50만명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유치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대기업들에 부지를 조성하지 않은 원형지를 3.3㎡(평)당 36만~40만원에 공급한다. 원안의 부지공급 가격 227만원(조성원가 기준)보다 훨씬 싸다. 이 밖에 소득 · 법인세를 3년간 100% 면제해 주는 등 세제혜택도 주어진다. 삼성 한화 웅진 롯데 등 대그룹이 세종시에 모두 4조5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것은 이 같은 인센티브를 전제로 이뤄진 것이다. 수정안 관련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들 기업의 세종시 투자계획도 자연스럽게 없던 일로 된다.

정부는 사업기간도 2020년까지로 당초보다 10년 단축키로 했다. 안 교수는 "행정기능이 가면 기업도 따라갈 것이라는 논리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 발상"이라며 "지금은 시장논리에 따라 기업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원안은 행정기능만 옮기는 것이고 이는 국가 전체로 보면 수도분할"이라고 지적하면서 원안으론 국가와 세종시 모두 이익이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