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회장 어윤대씨 내정] KB, 우리금융 인수 검토…'어윤대發 금융빅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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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15일 "우리금융 매각이 진행될 경우 조건을 보고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장추천위원회가 이날 회장 후보로 결정한 지 불과 3시간 뒤인 오후 7시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발언이다.
어 내정자는 "메가뱅크가 당장의 관심사가 아니며 우선 경영 합리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KB금융의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계도 '어윤대발(發) 금융 빅뱅'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업 다각화된 은행에 관심
어 내정자는 인터뷰에서 우리금융은 인수를 검토하겠으나 외환은행은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외환은행은 증권,투신을 갖지 않고 있어 관심이 없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현금이 5조~6조원 정도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은행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서는 "다른 은행(금융지주회사)은 주식 맞교환 등으로 매입할 수 있다"며 "우리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사업 다각화가 잘 돼 있어 시장에 나오면 조건을 보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부는 이달 중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내고 민영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금융계는 대형 인수 · 합병(M&A)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이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우리금융과 합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식은 당장 돈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 325조6000억원인 KB금융과 자산 325조4000억원인 우리금융이 합치면 아시아 10위권의 대형 금융회사가 탄생한다.
◆경영 합리화 통해 수익성 높일 것어 내정자는 "경영 합리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장 관심사가 아니다"며 비켜갔지만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외환은행 인수 불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KB금융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지나친 은행 편중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평소 "국내 은행권은 국제 경쟁력 면에서 미흡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세계 50위권 은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와야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이날 어 내정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하면서 조직 내부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단적인 예로 어 내정자는 "KB금융의 주가가 낮은 편"이라며 "현재 1배 수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을 1.5배 정도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조직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어 내정자는 또 "신한은행의 훌륭한 리더십과 경영 안정성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이 그동안 리딩뱅크로서 이미지를 강조해 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의 일단을 드러낸 셈이다.
◆내부 인사 중용해 조직 추스를 것
어 내정자는 17일 이사회와 다음 달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취임한다. 어 내정자의 경영 방침은 행장 및 지주사 사장 선임을 통해 나타날 전망이다. 일단 그는 "사기 양양이나 조직 활성화를 위해 가능하면 내부에서 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관치와 측근 인사를 불식시키고 내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고 파벌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정부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 내정자의 취임을 반기는 KB금융 내부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더구나 어 내정자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나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못지않은 정치적 파워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장 후보로는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동원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와 김중회 KB자산운용 부회장,최인규 KB금융 부사장,남경우 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행장 후보로는 장형덕 BC카드 사장과 정연근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을 비롯해 3~4명의 국민은행 전 · 현직 임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심기/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