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벤처] 티에스엠텍, 국제 입찰서 히타치 제쳐

올 수주액만 4000억
울산시 온산산업단지에 있는 티에스엠텍(회장 마대열) 공장.지난해 5월 6만6000㎡의 부지에 6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한 이 공장은 준공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오후 9시를 넘겨가며 잔업을 하고 있다. 수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미 지난해 매출액(1864억원)보다 많은 4000억원어치를 수주,매출 목표를 2500억원으로 잡았다. 마대열 회장은 "올 들어선 매월 보름 정도 철야작업을 해야 납기를 맞출 정도"라며 "내년 수주물량도 5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어서 신규 공장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권 최대의 티타늄 특수 소재 가공설비를 보유한 이 회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티타늄 소재의 발전설비 석유화학플랜트 태양광설비 등을 생산한다. 이 분야 세계적 기업인 벨기에 코크,일본 히타치와 글로벌 시장에서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74년 동산볼트를 창업해 철제 볼트 · 너트를 생산해오던 마 회장은 1996년 회사를 매각했다. 티타늄이 산업현장의 핵심 소재로 부각되자 1998년 티에스엠텍을 설립,10여년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티타늄 플랜트 가공업체로 키웠다.

◆티타늄 가공기술 세계 최강 우뚝

볼트 · 너트를 만들던 마 회장은 2003년 초 플랜트 시장 진출을 결심한다. 그것도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는 티타늄 소재 가공을 하기로 한 것.직원들은 업력이 20년 이상된 기업도 못 하는 티타늄 플랜트 제작에 투자하면 회사가 망한다며 반대했다. 마 회장은 직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250억원을 투자,2004년 울산에 공장을 지었다. 그해 삼성석유화학의 고순도 텔레프탈산(PTA) 생산용 정제탑을 제작 · 납품함으로써 국내 최초의 티타늄 소재 석유화학플랜트를 제작한 업체가 됐다. 이후 티타늄을 활용한 발전설비 태양광설비 등을 잇따라 국산화했다. 한국전력을 비롯 독일 발전엔지니어링 업체인 발케 뒤르,캐나다 국영원자력 회사인 AECL 및 건설엔지니어링사 에이콘 등과 제휴를 맺었다. 또 미국 발전 엔지니어링사인 웨스팅하우스와 GE,일본 도시바와 미쓰비시에는 공급사로 등록했다.

마 회장은 "지난해 국제 입찰에서 히타치와 코크를 따돌리고 중국 샹루페트로케미칼과 펑웨이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며 "최근 들어 우리가 참여하는 글로벌 입찰에 참여를 포기하는 경쟁사가 생겨날 정도"라고 소개했다.

◆독자기술로 가격 경쟁력 높여얼마 전 캐나다 원자력 발전소 운영업체 사장단 9명이 티에스엠텍을 방문했다. 이 회사의 플랜트 제작 기술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가 빠른 기간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마 회장은 "모든 제품을 경쟁사보다 50~60% 싼 가격에 공급한다"며 "자체 설계 능력을 보유한 데다 통상 3년 걸리는 제작 기간을 8~15개월로 단축해 원가 부담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의 경쟁력도 한몫했다. 경남북 일대에 흩어져 있던 협력업체 14곳 모두에 자가공장을 마련해 줬다. 대당 3억원에서 10억원 하는 가공설비(총 200억원)도 무상 지원했다. 마 회장은 "원청회사와 협력업체 모두가 한 공장에서 일하다보니 생산성이 높아져 원가를 줄이고 용접 · 가공 · 조립 기술자들의 숙련도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울산=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