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 넘었지만…상승 에너지는 갈수록 약화

거래 부진…일부 종목만 매수
해외 지표도 엇갈린 신호
코스피지수가 모처럼 1700선을 넘어섰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의 상승 에너지를 나타내는 각종 기술적 지표들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최근 사흘 연속 '전강후약(前强後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장 초반 비교적 큰 폭으로 뛰었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1700이라는 '마디지수'를 넘어서기 위한 일시적 진통이란 해석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의 상승 탄력이 강하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시장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대표적인 지표가 거래대금이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지난 9일 5조4718억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은 이후 나흘 연속 감소했다. 이날은 5조4286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지난 4월 상승장에서 꾸준히 하루 6조원 안팎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흡한 규모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늘지 않고 있는 것은 시장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매기(買氣) 확산 정도를 나타내는 등락주선(상승 종목 수-하락 종목 수 누적 합계)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서는 매수세가 점차 다양한 업종과 종목으로 퍼져나가야 한다"며 "최근 업종별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일부 소수 종목에만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외국인은 고점 돌파를 염두에 두고 강하게 베팅하기보다는 미국 증시가 반등할 때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국가들의 경제지표도 추가 상승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매판매는 예상과 달리 감소한 반면,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개선되는 등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유럽의 경제지표 역시 재정위기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