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맥주의 진실게임

오비 "45일만에 1000만병 판매"…하이트 "低칼로리는 상술일 뿐"
더위·월드컵 겹쳐 영업전 팽팽
남아공월드컵으로 맥주 판매가 급증한 가운데 맥주 업계가 '라이트 맥주'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비맥주가 지난달 기존 맥주보다 칼로리가 33% 낮은 '카스 라이트'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서자,하이트맥주는 맥주를 먹고 살 찌는 원인은 안주 섭취 때문이라며 '라이트 맥주'는 상술에 불과하다고 맞불을 놓았다. ◆"칼로리 낮췄다" vs "상술에 불과"

오비맥주는 16일 '카스 라이트' 판매량이 출시 45일 만에 34만 상자(330㎖ × 30병 기준),병으로는 1000만병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초 목표치를 80%나 초과한 수량으로,판매량을 맞추기 위해 경기도 이천 공장은 생산시스템을 밤낮으로 가동하고 있다.

이 회사 송현석 마케팅 담당 상무는 "카스 라이트는 저칼로리를 선호하는 세계적 트렌드에 맞춘 제품"이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해 '카스 후레쉬'에 이어 차세대 인기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스 라이트'는 330㎖ 병을 기준으로 89㎉로,일반 맥주인 카스 후레쉬와 비교해 칼로리가 33% 낮다. 이에 대해 업계 1위인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맥주는 커피나 다른 술,주스 등에 비해 원래 칼로리가 낮은 음료인 데다 맥주의 칼로리는 음주과정에서 혈액순환이나 체온 상승 등으로 소모된다"며 "맥주를 놓고 저칼로리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100㎖당 약 45㎉인 맥주보다 칼로리가 낮은 음료는 물과 블랙커피,차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맥주를 먹고 살이 찌면 그 원인은 맥주가 아니라 안주"라며 "라이트 맥주를 마실 때 안주와 함께 먹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이트 측은 또 2006년 출시한 '맥스'는 330㎖가 아닌 500㎖ 병을 기준으로 첫 45일 동안 48만상자가 팔렸으며,그것도 당시는 비수기인 9월이었고 지금과 같은 월드컵 효과가 없었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맥주 출하량 28% 급증맥주업계가 이처럼 '사소한' 발표자료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초여름에 월드컵 효과까지 겹쳐 최대 성수기를 맞고 있어서다.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국산 맥주는 946만상자(1상자=500㎖×20병)가 출하돼 지난해 같은 기간(729만상자)에 비해 29.8%나 급증했다.

이달 들어 하이트맥주가 537만상자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22.7% 늘었으며,오비맥주는 409만상자로 4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주 출하량이 3.5%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맥주가 남아공월드컵에 따른 최대 수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막걸리의 경우 집계가 늦어 출하량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면서 더운 날씨 등으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 성수기를 맞아 하이트맥주와 오비맥주 양사가 치열한 영업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