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장세' 시동…블루칩 줄줄이 신고가

미국계 주도 나흘간 1조 순매수…車·IT 이어 내수주도 사들여
LG화학 30만원…사상 최고가

외국인이 나흘 동안 1조원 가까이 순매수한 데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한 달 반 만에 1700선을 회복했다.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대형 블루칩들이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오름세를 주도했다.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대표 기업들의 2분기 실적 호조 기대가 고조되고 있어 증시는 단기적으로 지난 4월 전 고점(1752.20)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외국인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사자'가 유입된 은행 유통 등 대표 내수주들도 힘을 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주도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한적이나마 종목별 순환매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중 신고가 경신 종목만 21개

코스피지수는 16일 15.30포인트(0.91%) 오른 1705.33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700대에 오른 것은 지난달 4일(1718.75)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343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나흘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밤 사이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오르고 유로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주요 블루칩의 거침없는 오름세가 이날 지수 상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삼성전자가 81만9000원으로 2.63% 뛰었고 삼성테크윈(4.0%) 삼성전기(1.37%) LG디스플레이(1.09%)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막판 보합으로 밀리긴 했지만 장중 사상 최고가인 14만7500원까지 치솟았다.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도 수두룩했다. LG화학이 실적 개선 기대감에 30만원까지 치솟아(1.69% 상승)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현대모비스(1.25%) 넥센타이어(2.92%) 등도 자동차 업황 호조에 따른 수혜 기대감에 나란히 52주 신고가에 올랐다. 전날까지 6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 온 금호석유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2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 엔씨소프트 베이직하우스 등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1개 종목이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지수 관련 대형주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며 1700선 돌파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증시가 반등할 때는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최근 상장한 실리콘웍스와 솔라시아를 포함해 9개 종목이 장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매수 내수주로 확산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잠잠해지며 외국인 매수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특히 지난달 매도 우위를 보였던 유럽계 자금은 관망 분위기로 돌아섰고 미국계는 매수를 재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외국인 주도의 증시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사들이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11일 이후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은 기존 주도주인 IT와 자동차 중심으로 주식 비중을 높이고 있다. 나흘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27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순매수 금액(9734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순매수 2위는 하이닉스로 1132억원어치를 샀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도 여전히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고,2차전지 등 IT 소재주인 LG화학 등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은 신세계(936억원) 한국전력(723억원) NHN(420억원) 등 주요 내수주도 포트폴리오에 함께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상무는 "외국인은 향후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판단될 때 전 업종에 걸쳐 순환매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IT · 자동차 등 수출주에 집중돼 있던 매수세가 유통 금융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존 주도주에서도 지난달 많이 산 LG전자 LG이노텍 기아차 등을 매도하는 등 종목 교체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업종보다는 종목별 이익 모멘텀에 따라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강현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