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된 쌀로 만든 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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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쌀막걸리에 우리 쌀고추장까지 최근 식품업계에 우리 쌀 선호 현상이 신드롬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어디 쌀로 만들었느냐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우리 쌀에 현혹돼 선택한 제품이 5년이나 지난 쌀로 만들어졌다면 어떨까요,
정봉구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막걸리와 쌀국수, 쌀과자 등 우리 쌀로 만든 제품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추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혜경 / 영등포구 당산동
"밀가루도 맛있는데 쌀로 만든 건 착착 감기는 맛이 있어요. 아무래도 밀가루보다는 쌀이 좋거든요. 그래서 조금 비싸도 쌀로 만든 걸 쓰고 있어요."
한 회사가 만든 쌀고추장입니다.
고추장 겉면에는 우리 쌀로 만들었다는 글자가 선명합니다.
우리 쌀 바람을 타고 이 고추장은 밀가루 때 보다 판매량이 두자리수 이상 늘어났습니다.
물론 고추장 가격은 올랐습니다.
이 회사는 밀가루를 쌀로 대체하면서 고추장 제품 가격을 5.3% 인상했습니다.
가격을 올릴 당시 회사측은 12%의 원가 상승분 가운데 절반을 회사가 부담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재료 값 상승분까지 회사가 부담하면서 비싼 쌀로 바꿨다는 얘긴데 가능한 것일까?
제품을 만드는 이 회사 순창공장 창고에 쌓여있는 쌀 포대 사진입니다.
모두 05년산 정부미라는 글자가 찍혀있습니다.
이 그림대로라면 정부에서도 처지곤란해 하고 있는 5년 묵은 정부미입니다.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도정업체 관계자
"05년산 쓰고 있는게 맞나요?"
"네, 05년산 우리가 공급하거든요"
"여기서 도정한게 OO으로 들어가는거 맞죠?"
"네"
가격도 확인해봤습니다.
2005년산 정부미의 공급가격은 40kg에 3만720원.
2008년산에 비하면 절반 수준(55,290원)에 불과합니다.
2만8천원대인 수입산과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무게의 밀가루 값보다 쌌습니다.
40kg의 밀가루 가격은 3만1천400원.
이 회사가 사용하는 05년산 정부미가 밀가루 값보다 쌉니다
이 회사는 밀가루를 쌀로 대체하면서 일부 손해를 회사가 감수하는 대신 고추장 가격을 조금만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앞뒤가 맞질 않습니다.
더 나아가 올 4월 회사측은 또 다시 6% 가량 쌀고추장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회사에서 말했던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한 겁니다.
결국 밀가루와 수입 쌀보다도 저렴한 5년 묵은 쌀을 사용하면서 소비자가격만 올린 셈입니다.
그렇다면, 품질면에서는 과연 어떨까?
전문가들은 영양소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지만, 묵은 쌀로 만든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박현순 고추장 제조기능인(경력 30년)
"모든 재료를 새것으로 해야 단맛, 감칠맛 등 맛이 좋고, 묵은쌀로 했을 때는 아무리 잘 담으려고 노력해도 깊은 맛과 알싸한 맛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회사 관계자
"고추장은 숙성 발효를 시키기 때문에 맛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묵은 쌀을 사용했다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김순자 / 영등포구 양평동
"묵은쌀로 만들면 아무래도..쌀 묵으면 냄새도 나고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햅쌀로 만들면 더 맛있죠."
이 회사는 고추장에 쌀을 사용한다며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는 등 노이즈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 어디에도 밀가루값보다 싼
5년 묵은 쌀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은 없습니다.
"최근 국내산 쌀을 사용한 제품들이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우리 쌀을 사용하면 무조건 좋다라고 생각하기보다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WOW-TV NEWS 정봉구입니다.
정봉구기자 bkju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