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오디세이] 고효율 배터리로 해외 공략…600억 영업익 일궜다

아트라스비엑스 이종철 사장
납축전지를 만드는 아트라스비엑스는 2005년까지만 해도 '기울어 가던 회사'였다. 시장에선 모기업인 한국타이어가 사업을 철수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그럴 만도 했다. 이 회사는 200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었다. 차별화한 기술도 없었고 원자재 가격에 매출은 들쑥날쑥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그때,한국타이어 부사장 출신의 이종철 사장이 2006년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7일 대전 아트라스비엑스공장에서 만난 이 사장은 "회사를 살려내라는 특명을 받고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라며 "실제 와 보니 총체적 난국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만성 적자 늪에 빠져이 사장 부임 당시 아트라스비엑스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아트라스비엑스가 생산하는 납축전지는 자동차의 시동 · 조명 · 점화에 사용하는 전지로 생산비 중 원자재인 납의 비중이 60%를 넘는다. 2002년 t당 100달러 안팎을 맴돌던 납 가격은 2006년 1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생산 단가가 열 배 넘게 오른 셈이다. 더군다나 시장에선 비슷한 성능을 갖춘 납축전지 업체들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다 보니 한때 2만원을 호가하던 주가는 5000원 밑으로 추락했다.

이 사장은 생존을 위한 '메스'를 들이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납으로부터의 독립'.요동치는 납 가격에 회사의 수익 구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위해 납을 적게 쓰면서도 전지 효율이 높은 단조형 극판(stamped grid) 개발에 60억원을 투자했다. 그전까지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JCI만 보유한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이 사장은 "실패하면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납 투입량은 12% 줄이면서 무게는 가볍고 효율도 좋은 배터리를 만들어 낸 것.

판매 전략도 새로 짰다. 판매가를 크게 올리는 대신 고객에겐 차별화한 서비스와 성능을 보장했다. 그는 "소매상에게 제품이 전달될 때까지 품질보증을 해줬다"고 말했다. ◆영업익 600억원 알짜회사로 '우뚝'

때마침 시장 상황도 아트라스비엑스를 도왔다. 2007년 납 가격이 3700달러까지 치솟자 소규모 업체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됐고,2008년 납 가격이 200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숨통이 트이자 이 사장은 또 다른 체질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 것.이를 위해 국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납축전지 물량을 대폭 줄이고 대신 해외 교체용 배터리 시장에 집중했다. 신차용 배터리에 비해 교체용 배터리가 경기를 덜 타고 단가인하 압력도 덜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아트라스비엑스는 아시아 · 중동 ·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 주력했다. 이 사장은 "미국 유럽보다 경쟁이 덜 치열하고 바이어들도 깐깐하지 않아 판매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기를 3년여,아트라스비엑스는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2008년 매출 4079억원에 영업이익 828억원(이익률 20%)을 올렸다. 이 같은 이익 규모는 한국타이어가 아트라스비엑스를 인수한 이래 거둔 영업이익 합계보다 많은 것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확산되던 지난해에도 매출 3725억원,영업이익 596억원(이익률 16%)의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회사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자 이 사장은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주 타깃은 하이브리드카용 전지 분야다. 하이브리드카 중 전지동력을 사용하는 비중이 20% 이하인 차종에서는 니켈 · 리튬전지보다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이 사장은 "2015년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카(전지동력 사용 비중이 5% 이내인 차)가 전 세계적으로 200만대 넘게 생산될 것"이라며 "아트라스비엑스 납축전지는 당장 동력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대전=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